"영차~ 맷돌 돌렸더니 두부 완성" 어린 농부들 환호

입력 2014-11-05 07:05:12

경북농협 食사랑'農사랑 운동

경북농협의
경북농협의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착한 먹거리로 도시민의 건강과 농촌의 소득을 높이는 범국민 실천운동이다. 2일 오전 김천 증산면 김천옛날솜씨팜스테이 마을을 찾은 도시 사람들의 모습. 장성현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민들은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각종 농산물 가공식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찌들고, 유전자 재조합 식물이 주원료인 가공식품이 대형마트 진열대에 즐비해도 별다른 고민 없이 카트에 담는다. 굶주림이 사라졌지만 건강은 놓치고 있는 이유다.

경북농협이 추진 중인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촌과 제대로 된 먹거리가 필요한 도시를 잇는 가교다. 도시민들에게 우리 땅에서 키운 건강한 농산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보도록 함으로써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고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食사랑, 農사랑'의 전진기지, 팜스테이 마을

2일 오전 김천 증산면 김천옛날솜씨팜스테이. 농협 경북본부(본부장 채원봉)의 착한 먹거리 체험단에 참가한 아이들이 맷돌 앞에 줄지어 섰다. 힘겹게 맷돌이 돌아가고 하얀 콩물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미리 끓여둔 콩물을 간수가 담긴 그릇에 붓고 숟가락으로 저은 뒤 틀에 넣어 누르면 두부 완성이다.

김장김치 체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란 앞치마를 입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절인 배추에 벌건 양념을 치댔다. 조심스럽게 양념을 묻히는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주부 권미옥(39) 씨는 "대형마트에서만 사먹던 두부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만들어보니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면서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두부를 살 때도 국내산 콩을 사용했는지 첨가제는 뭐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팜스테이는 경북농협이 추진 중인 '식사랑, 농사랑' 운동의 전초기지다. 농협은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의 290개 마을을 팜스테이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대구 3곳, 경북 36곳 등 39개 마을에서 팜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농협은 팜스테이를 식교육전문농장과 향토음식마을, 체험형 계약재배농장 등으로 구분해 효과를 높이고 있다. 식교육전문농장은 농사를 체험하며 직접 수확한 농산물로 요리를 만든다.

경북에는 고령 개실마을과 경주 세심마을, 김천 옛날솜씨마을 등이 포함돼 있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마을에는 안동 천지갑산마을과 문경 궁터마을, 영주 인삼마을, 영양 대티골, 울진 굴구지마을 등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경주 세심마을 등 체험형 계약재배농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재배와 수확을 체험할 수 있다.

◆착한 먹거리가 농촌 살린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농촌을 살리는 촉매제가 된다. 착한 먹거리에 대한 열망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농작물을 수확해 그 자리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식농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식생활을 확산시키고 농가 소득도 높일 수 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힌 직거래로 이어져 도시와 농촌 상생발전의 계기가 된다. 김천 옛날솜씨마을의 경우 지난 9월 현재 1만100여 명이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 박정미(60) 사무장은 "고령인 탓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마을 어른들이 함께 식사를 해결하고 매달 60만~70만원의 소득을 올리며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착한 먹거리 체험단을 참가자의 특징에 따라 3가지로 나눠 운영한다. 어린이들은 식생활개선교실과 식사랑농사랑체험학습에 주로 온다. 주부들을 위한 농산물 체험형 구매단과 가족들을 위한 도시가족 주말농부도 인기가 높다. 올해 경북 지역 착한 먹거리 체험단 참가자는 6천여 명에 이른다.

경북농협 관계자는 "체험단이 농촌을 방문함으로써 착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농촌은 소득 증대가 가능해졌다"면서 "도시민들의 농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올바른 식생활을 정립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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