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자궁암 말기로 두 자녀 돌보는 윤인화 씨

입력 2014-11-05 07:41:49

"힘겨운 세상에 단둘만 남겨둘까 더 걱정"

홀로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윤인화 씨는 6개월 전 자궁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자다가 몇 번씩 깰 정도로 고통스럽다. 윤 씨의 걱정은 자신의 몸이 아니라 두 아이다. 아이들을 힘겨운 세상에 단둘만 남겨두고 떠날까 걱정이다.
홀로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윤인화 씨는 6개월 전 자궁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자다가 몇 번씩 깰 정도로 고통스럽다. 윤 씨의 걱정은 자신의 몸이 아니라 두 아이다. 아이들을 힘겨운 세상에 단둘만 남겨두고 떠날까 걱정이다.

"제가 아픈 건 괜찮지만 남겨질 아이들을 생각하면…."

홀로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윤인화(가명'39) 씨. 6개월 전 자궁암 4기 판정을 받은 윤 씨의 몸에는 암세포가 온통 퍼져 있다. 암 때문에 매일 같이 몸이 붓고, 발에는 감각마저 사라졌다. 밤에는 자다가 몇 번씩 깰 정도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윤 씨의 걱정은 자신의 몸이 아니라 두 아이들이다. 어려운 형편 탓에 갖고 싶은 것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한 아이들을 힘겨운 세상에 단둘만 남겨두고 떠날까 걱정이다.

"나도 기댈 곳 없이 자라 부모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지 아는데, 여유가 없어 잘 돌봐주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그런 아픔까지 남겨줄까 봐 너무 무섭고 미안해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엄마

윤 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외롭게 지내던 윤 씨는 갓 20세가 되던 해 아이들의 아빠를 만났고, 이듬해 큰딸을 얻었다.

"딸이 생겼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죠. 워낙 외롭게 살아와서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도 좋았고요."

하지만 윤 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은 항상 술에 취해 있었고 윤 씨를 때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들을 가진 지 5개월이 됐을 때도 윤 씨를 폭행했고, 배를 발로 차서 유산의 위기도 겪었다. 아들은 무사히 태어났지만 남편의 가정폭력은 계속됐다. 8년 전 이혼하기 전까지 남편은 때리는 것 외에도 임신한 윤 씨의 입에 발을 집어넣는 등 잔인하게 괴롭혀왔고, 이런 모습을 큰딸이 지켜봐 왔다. "나를 괴롭히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딸이 받은 충격을 생각하니 더 이상 참기 어려웠어요. 상처를 주는 것보다 아이들을 혼자 키우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었어요."

남편과 갈라선 윤 씨는 홀로 식당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살림은 넉넉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먹거리를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옷은 사입히지 못해도 항상 밥을 챙겨 먹이고 고기 반찬도 자주 밥상에 올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느라 항상 돈이 부족했지만 아이들이 배고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죠."

◆가족에게 닥친 수많은 시련

아이들과 열심히 살아보려는 윤 씨 앞에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남편은 윤 씨의 명의를 도용해 돈을 빌려 썼고, 그 부채는 고스란히 윤 씨 몫으로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도 대부업체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빚을 갚으라고 소리치고, 여전히 윤 씨 앞으로 독촉장이 날아온다.

남편이 남긴 부채도 힘겨운데 지난해에는 아이들과 함께 살던 아파트 옆집에서 큰불이 났다. 이 불로 이웃사람이 죽고 윤 씨의 집도 화재 피해를 입었는데 윤 씨와 큰딸은 당시 사고를 고스란히 지켜봤다.

"저도 아이도 그 불이 너무 무서웠어요. 그 집에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도 심했고요."

어려운 상황에 무리해서 이사까지 했지만 가족은 더 큰 아픔을 맞닥뜨리게 됐다. 지난 5월 윤 씨는 하혈이 심해 방문한 병원에서 자궁암 4기 판정을 받은 것. 이미 암이 몸 전체로 전이돼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앞서 빈혈 증상으로 동네 작은 병원을 방문했지만 방광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3, 4개월을 허비한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5월 이후 계속해서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윤 씨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고 일하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했어요.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건강을 챙겼어야 했는데…."

◆자궁암 4기 엄마는 아이들 걱정

6개월간 윤 씨의 몸은 점점 더 쇠약해져 갔다. 암이 퍼져버린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매일같이 몸이 퉁퉁 붓는다. 손발의 감각은 무뎌졌고 빈혈이 심해 거동하기도 쉽지 않다. 자다가 숨이 막혀 수십 번씩 깨는 통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이제는 소변도 스스로 볼 수 없어 신장과 바로 연결되는 3개의 관을 꽂아 소변을 뺀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소변팩도 딸이 갈아줘요. 한창 밖에 나가 뛰어놀 나이에 엄마 간병을 해야 하니 미안하죠."

문제는 아픈 몸만이 아니다. 자궁암 판정 이후 윤 씨는 다니던 식당을 그만둬야 했다. 가장이었던 윤 씨가 일을 하지 못하자 집안 사정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다. 식당일로 아이 둘을 겨우 키우던 윤 씨에게는 모아둔 돈도 없고, 도와줄 부모나 주변 친척도 없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정밀검사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병원에 가는 길도 현기증과 구토 증상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기 힘들어 택시를 타야 한다. 윤 씨는 구멍 난 속옷과 떨어진 아이들의 운동화를 꿰매면서 눈물짓는다.

"갖고 싶어하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 제대로 한 번 해준 적 없지만 착하게 자란 아이들인데 엄마가 짐만 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앞으로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또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답답함만 커집니다."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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