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등록금 내고 다른 대우, 대학 고시반 특혜 몰아주기

입력 2014-11-04 11:01:21

1차 합격 땐 장학금 지원, 기숙사 무상 제공하기도

대학 고시반에 대한 특혜가 지나쳐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 측이 인기 고시반에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장학금까지 주고 있지만, 일반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아 고시생-비고시생 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경상대학 5층. 공인회계사(CPA) 고시반에 4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독서실과 스터디룸, 자율학습실, 휴게실을 오가며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원 88명의 고시반 학생들은 저마다 학교 측이 마련해준 전공 공간에서 모의고사를 치르고 스터디그룹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경북대가 CPA 고시반에 배정한 예산은 7천만원. CPA시험 1차 합격자에게 100만원씩 장학금까지 준다. 고시생들은 인쇄 비용 등 일부 자부담을 빼면 시험에 최종 합격할 때까지 월 회비 5천원만 내면 제습'냉난방기가 설치된 독서실과 고시반 전용 컴퓨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등 대구경북 4년제 대학 5곳은 1천600만~1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 같은 고시반을 적게는 1개, 많게는 9개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 유료 인터넷 강의와 수험서, 기숙사 등을 무상 제공하고, 고시 1차 합격자에게 90만~25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이에 고시반 이외 학생들은 "대학이 특정 고시생만 우대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조모(26) 씨는 "누구는 돈 들여 공부하고 누구는 혜택까지 보며 공부하나? 고시생에 대한 혜택을 비고시생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했다. 계명대 인문대학 이모(23) 씨도 "고시반 학생들은 개인 독서실 좌석과 스터디룸을 언제든 무료로 쓰는 반면 나 같은 취업준비생은 공부할 곳을 찾느라 카페를 전전한다. 취업 관련 서적을 구하는 비용도 만만찮다"며 "학교에 걸리는 고시 합격 축하 플래카드를 볼 때면 학교가 고시생만 돕고 나 같은 학생들은 내팽개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비인기 과목 고시반 담당 교수는 "대학이 배출한 사법시험'로스쿨 시험과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가 대학 평가에 실적으로 반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학 평가와 무관한 학과생은 학교 지원에서 배제된다"며 "많은 대학들이 실적 올리기에 목매느라 많은 학생들에게 고른 혜택을 줄 책임은 잊고 있다"고 했다.

대학 관계자와 고시반 입실자는 '특혜 몰아주기'로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한 고시반 입실자 박모(26) 씨는 "다른 학생보다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시촌이 발달한 서울'수도권 학생들과 경쟁해 합격하려면 학교의 이만한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완 대구대 인재양성관장은 "학교가 고시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고시생을 학교가 돌보는 것이다"며 "고시반이 없다면 학생들은 고시학원 등에서 돈과 시간을 허비할 텐데, 이들에게 공부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대학의 책임이며 역할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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