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독일 수도 베를린의 밤은 무슨 색일까. 동베를린은 노란색이고, 서베를린은 푸른색이다. 우주 정거장에서 찍은 밤 사진을 보면 동서 베를린은 여전히 냉전시대다. 동베를린의 밤이 노란색인 것은 아직 화석연료를 태운 가로등을 쓰기 때문이다. 반면 서베를린의 가로등은 친환경적이어서 푸른색을 띤다.
9일로 동'서독을 가로지르던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지 25년을 맞는다.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약 2조 유로(2천680조 원)를 동독 경제 재건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래도 동독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은 여전히 서독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통일 당시 3분의 1이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량 오른 것이다. 지난달 서독의 실업률은 6.0%였지만 동독지역은 10.3%에 달했다. 통일된 지 25년이 흘렀지만 동'서독 간의 차이는 곳곳에서 가로등 색깔만큼 다르다.
우주에서 본 한반도의 밤은 어떤 빛일까. 북한은 검은빛이고 남한은 하얀빛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개한 '우주에서 본 아시아의 밤' 사진을 보면 한반도의 남쪽은 불야성을 이루지만 북쪽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일 뿐이다. 일본도 빛나고, 중국도 서해 해안선을 따라 하얀빛이 끊없이 이어지지만 북한에 이르면 홀연 사라진다. 한반도는 밤이 되면 반도가 아닌 섬이 된다. 북한의 경제력은 밤을 밝힐 전기를 생산하기에 벅차다.
정부가 '한반도 통일 시 예상되는 주요 이슈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북한 실직지가 한꺼번에 남으로 몰려오면 남한경제도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서독이 통일과정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통일 당시 동'서독 간의 경제 차가 3배 정도였다면 오늘날 남'북한 간의 경제력 차이는 비교하기 어렵다. 지난해 남한의 1인당 소득이 2천870만 원이었다면 북한의 소득은 137만 원 정도다. 남한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을 1만 달러로 올리려면 5천억 달러(535조 원)가 필요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래도 동독 주민의 75%는 독일 통일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서독 주민의 절반도 통일은 잘한 일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독일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에게도 북한의 밤을 밝힐 날은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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