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동 원고개시장 '이야기 입혀 새단장'

입력 2014-11-04 10:49:13

선정 펼친 원님이 한양길 고개 넘다 숨지자, 백성들이 날뫼북춤으로 위로

대구 서구 비산동 원고개길(북비산네거리~대평중학교)이 화려했던 옛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새롭게 조성된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 서구 비산동 원고개길(북비산네거리~대평중학교)이 화려했던 옛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새롭게 조성된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과거 원님이 한양으로 갈 때 쉬어갔던 대구 서구 '원고개길'이 역사적 의미를 더해 새롭게 태어난다.

원고개길은 서구 비산동 북비산네거리에서 대평중학교에 이르는 약 800m 구간을 말한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인근 염색공장들이 전성기를 누렸을 때만 해도 원고개시장의 100개 상점에는 손님이 넘쳐나는 등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공단이 쇠퇴하면서 골목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원고개길을 전성기로 되돌려 놓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원고개길 조성' 사업이 대구시의 마을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서구청은 이곳에 이야깃거리를 채워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도시 디자이너, 조경전문가, 서구청 공무원 등이 4월부터 시비 8억원으로 원고개길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원고개길 조성의 핵심은 '역사 스토리텔링'. 이곳은 과거 오랫동안 대구 읍성에서 한양으로 가려면 지나야 했던 유일한 길목이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이 일대 마을에서 선정(善政)을 베풀었던 원님이 임기가 끝나고 이 고개를 넘어 한양으로 가던 중 갑자기 숨을 거두었고, 이를 슬퍼한 주민들이 '원(怨)고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또 이 원님의 혼령을 달래고자 주민들이 북을 치며 춤을 췄던 것에서 날뫼북춤이 유래했고, 대구시는 이를 보존하려 1984년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했다.

이런 역사를 살려 사업 내용에는 원고개시장에 날뫼북춤을 상징하는 커다란 북을 설치하고, ▷원님 부임 ▷원님의 선정 ▷원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백성의 추모 등의 내용을 담은 벽화도 그려 '원님이 머물다 갔던 고개'라는 분위기를 자아낼 계획이다. 또 어린이 놀이시설물을 설치하고 보안등과 CCTV 설치, 오래된 하수관 교체 등을 통해 일대 분위기를 밝게 만들 계획이다. 이 사업은 내년 2월에 착공해 10개월 정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규철 서구청 건축주택과장은 "서구에는 날뫼북춤, 천왕메기, 12마당 설화 등 문화 자원이 풍부하다. 시설 개발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관광객 유치에도 힘써 이 일대를 활성화할 계획이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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