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상 전 대건중 교감 '별 사랑'

입력 2014-11-04 09:25:40

제자 등 35명에 보현산천문대 특강

박옥상 전 대건중 교감은 퇴직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민병곤 기자
박옥상 전 대건중 교감은 퇴직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민병곤 기자

"퇴직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지요."

박옥상(59) 전 대건중학교 교감은 별 마니아다.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그의 아파트 베란다에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항상 별을 관측할 수 있다. 그의 집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한 달의 표면에는 산맥과 같은 지형과 운석 구덩이들이 보석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박 전 교감은 1일 제자이자 후배인 대건고등학고 40회 졸업생 10명과 가족 등 35명을 이끌고 영천 보현산천문대를 찾았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보현산천문대도 간곡한 그의 요청에 방문 승인을 내줬다.

박 전 교감은 이날 특강을 위해 3주간 천문 관련 파워포인트 자료를 78장이나 준비했다. 이날 강의는 보현산천문대 태양망원경연구동에서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특강 이후에는 보현산천문대의 태양망원경과 국내 최대 규모인 구경 1.8m 광학망원경을 둘러보며 아이들에게 천체 관측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박 전 교감은 정년을 5년 남겨둔 지난 2012년 8월 명예퇴직했다. 1980년 모교인 대건고에서 교편을 잡은 지 32년 만이다. 박 전 교감은 "학교 관리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면서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여행도 같이 가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그는 퇴직 다음 달인 2012년 9월부터 곧바로 대구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별자리여행반' 강좌를 개설했다. 아이들에게 평소 학교나 학원에서 체험하지 못한 천체 관측과 우주의 신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다. 강의를 들었던 이승준(경신중 1학년) 군은 "당시 천문과학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 지금도 천문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되거나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효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에도 천문반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보현산천문대와 경북대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천문대,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천체투영실 등을 둘러보며 천문과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1996년 대건고등학교 교사 때에는 입시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옥상에 망원경을 설치한 뒤 달, 목성 토성 등을 관측할 수 있도록 했다. 10개 반이 별자리 관측을 마치기까지 1주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밖에 청소년들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천문과 관련, 다양한 특강을 하며 별자리 관측 체험도 했다. 그는 다양한 별자리 강좌와 특강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대구교대 외래교수로 임용됐다. 교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자연과학개론을 가르치고 있다. 과학기술부장관 표창 및 대통령 표창을 받은 그는 "별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이 늘어날수록 국가의 과학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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