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험 80점을 받았어요."
이 아이의 말에 부모는 어떤 반응은 보일까? 일류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는 불같이 화를 내겠지만, 보통의 부모들은 잘했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 점수는 최상은 아닐지 모르나, 보통 이상의 성적은 된다는 뜻이다. 통념상 80점은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하는 기준선으로 인식된다. 기업체 신입사원 공고나 국가장학생 선발에서도 성적 80점 이상으로 정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80점의 의미도 이럴진대, 80% 찬반 혹은 통계의 의미는 더욱 중차대하다. 80%라고 하면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이 먼저 떠오른다. 하위 80%가 상위 20%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과 인터넷 포털 구글의 상당수 수익이 각각 단행본, 희귀본 등 소위 '잘 팔리지 않는' 책 판매나 구멍가게 같은 자잘한 광고에서 창출되는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하위 80%의 형태가 공룡의 긴 꼬리마냥 길게 늘어진다고 해서 붙어졌는데, 현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이론이다. 힘있는 소수가 아니라, 절대다수 대중들의 여론과 참여에 의해 사회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요즘 포항에서는 포스텍 김용민 총장의 재임용을 두고 시끄럽다. 교수,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80% 이상이 김 총장의 재임용에 반대한다고 한다. 십중팔구(十中八九)라는 말처럼 현상적으로는 절대다수가 총장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적지않은 장점을 가진 분이다. 포스텍 변화에 나름대로 열심이고, 여느 총장보다 포항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 필자가 본 바로는 강의실력도 뛰어났다.
학교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는 교수나 교직원들은 그를 싫어한다. 지나친 개인주의에 깐깐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목적이 숭고한지도 헷갈리지만, 그 과정이 너무 독단적이고 졸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총장 재임용 권한을 쥔 재단 이사진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학교 발전과 변화를 위해선 김 총장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재임용을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80% 이상이 반대하는 총장이 학교 발전과 변화를 담보할 수 있을지, 학내 분란만 부채질할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 정도의 반대라면 개혁과 변화를 위한 동력은 이미 상실한 것이 아닐까. 과연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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