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칼럼] 문학관 역사관 미술관

입력 2014-11-03 1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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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드디어 대구에도 문학관이 생겼다. '대구문학관'(중구 중앙대로 449)이다. 향촌동 옛 상업은행 4층짜리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대구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만큼 걸출한 문인들이 태어나 한국 문학사에 불후의 족적을 남겼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로써 저항하고 소설로써 민족혼을 불 지펴온 문단의 선각자들과 고난의 시대였던 1950년대 전후문학을 꽃 피워낸 작가들의 열정은 대구의 사그라지지 않은 정신적 불씨였습니다." 대구문학관 홍보 인쇄물에 적힌 내용이다. 그런데 그 건물 4개층 전부가 문학관이 아니었다. 3, 4층만이 대구문학관이었다. 건물 전체를 다 써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 절반만이라니. 대구문학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1층과 2층은 중구청에서 만든 향촌문화관이 들어서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반반씩 부담(각 80억 원)해서 이 건물의 두 개 층씩 나눠서 따로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하지만 딱 보기에는 대구문학관이 향촌문화관에 더부살이를 하는 것이었다. 문학관 개관 그 자체만 서두르다 보니 설익은 밥같이 돼 버렸다.

'대구문학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대로나 하지. 이렇게 화급을 다퉈 대구문학관을 열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셋집 같은 대구문학관의 개관은 '대구에도 문학관이 있다'는 위안거리 하나를 만든 데 불과해 보인다.

경상감영공원 옆에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경상감영공원을 사이에 두고 대구문학관 반대편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이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시립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시설이라도 빨리 만들어 오명이라도 벗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기존에 있던 시설이나 앞으로 들어설 시설의 계획과 조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영 아니다. 우선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대구근대역사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얼핏 봐도 대구문학관처럼 문을 여는데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둘을 하나로 합쳐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정말 두 시설의 직선거리는 200m도 안 됐다.

대구근대역사관은 2011년에 개관했다. 3년 전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있었던 일이 3년 후 대구문학관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그래서 두 시설 앞에 '대구'라는 도시 이름을 달기가 민망하다. 대구문학관이라면 적어도 대구근대역사관 크기는 돼야 체면이 선다. 자료의 수집과 관리, 전시 그리고 교육 기능과 문인들 사랑방 역할 등도 이 정도는 돼야 작동이 가능하다. 대신 역사관은 대구시립박물관을 제대로 지어서 흡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편법이나 무리수나 임시방편이 아닌 정도(正道)다. 몇 년 뒤 다시 생돈을 들여 땜질식 손질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결과적으로 예산을 절감하는 길이다. 한마디로 대구근대역사관이나 대구문학관은 몇 년 앞도 내다보지 않은 무계획 행정의 산물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준비부터 실행까지 '부실'과 '무리'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있었던 감사원의 대구시청에 대한 감사에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 예산 규모를 297억 원으로 책정한 데 대한 지적이 있었다. 작품구입비 100억 원을 사업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은 게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총 사업비가 300억 원을 넘지 않으면 정부의 투융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노린 '변칙플레이'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대구시는 물론 다른 미술관 건립의 전례에 비춰볼 때 문제가 없다고 해명을 했다. 그런데 미술관을 지을 경우 주변 도로 개설을 위해 1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해 총 사업비가 당초 계획대로라고 해도 실제로는 작품구입비를 포함해서 500억 원 정도 된다. 그런데 297억 원이라니. 대구시가 이우환 미술관 예산으로 297억 원만 책정한 것은 '꼼수'에 가까워 보인다. 감사원이 괜한 생트집을 잡았을까? 설마?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아래 단추가 제대로 채워질 수 없는 법이다.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은 첫 단추를 풀어서 다시 채우는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낳고, 무계획은 무질서를 낳는 법이다. 그게 공공기관이라면 당연히 예산 낭비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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