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사고를 줄이는 해법은

입력 2014-11-03 07:34:17

사고 잦던 '마의 구간' 신호·차로 조금만 손봐도 금세 '모범 구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도로 현황과 경찰의 도로 체계 개선안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도로 현황과 경찰의 도로 체계 개선안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나쁜 도로 환경이 바뀌니 운전 행태가 달라졌다. 덩달아 교통사고 감소라는 성과를 얻었다. 신호등 위치를 당기면 정지선 준수율이 높아지고, 곡선인 차로를 완만하게 바꾸자 사고 위험도가 낮아졌다. 또 감시카메라와 과속방지턱, 차로 조정 등 간단한 시설 개선을 통해서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도로의 안전한 구조와 시설이야말로 행복운전으로 가는 길이다.

◆'처방전' 받은 교통사고 잦은 곳

27일 오후 5시 30분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네거리. 횡단보도 신호등에 녹색 신호가 켜지자 보행자와 자전거 등이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서성로를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던 차들은 횡단보도 접근 전에 설치된 신호등 빨간불에 속도를 줄였다.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려던 오토바이도 보행자를 알아보고 곧바로 멈췄다.

이곳은 교통사고가 잦은 곳으로 분류돼 올해 도로시설을 개선했다. 우선 정지선 가까이에 전방신호등을 추가 설치했다. 이로써 교차로로 접근하는 운전자가 신호를 좀 더 일찍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서성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2곳의 위치를 교차로에 바짝 붙여, 우회전하는 차가 보행자를 곧바로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전거 횡단도를 그려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을 분리시켰다.

이곳을 포함해 대구시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올해 개선사업을 벌이는 지점은 모두 8곳(사업비 5억1천200만원)이다. 개선 설계안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전방신호등 설치다. 이는 교차로 진입 전에 신호등이 있으면 정지선 준수 비율을 높여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곡선 형태의 차로를 완만하게 조정하거나, 도로 모퉁이의 각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유턴 지점의 회전반경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도선을 그어 회전차량의 운행을 돕는 개선안도 설계에 담겨 있다.

◆도로 환경 바뀌니 사고 줄어

대구시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19곳을 대상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대한 개선사업을 벌였다. 이 기간에 들인 예산이 239억5천900만원이나 된다. 12년 동안 2003년에 가장 많은 34곳을 개선했고, 예산도 가장 많은 44억2천600만원을 투입했다. 다음으로 ▷2010년 31곳(20억3천만원) ▷2011년 29곳(18억7천만원) ▷2008년 23곳(33억4천800만원) 등의 순으로 도로시설을 손봤다.

결과는 사고를 대폭 줄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동구의 대구공고 네거리는 2009년 개선공사가 이뤄진 이후 3년간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급감했다. 2006~2008년에 88건이던 사고가 2010~2012년 34건으로 줄었다. 이는 61.4%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죽거나 다친 사람 수도 121명에서 52명으로 57% 줄었다.

2009년 개선이 이뤄진 지점은 대구 내 21곳.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곳의 2006~2008년 교통사고 총 발생건수는 1천10건이나 됐다. 하지만, 개선사업 뒤 2010~2012년 교통사고는 596건에 불과해 41%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1곳의 전체 사상자도 1천265명에서 967명으로 23.3% 줄었다.

◆경찰, 성서산단 도로 개선 나서

대구경찰청은 올해부터 성서산업단지 내의 물류 이동을 원활히 하고자 교통시설 개선에 나섰다. 경찰은 도로를 6단계(총 21.6㎞ 구간)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먼저 올해 2월 1단계로 성서주공네거리~환경시설공단 구간(3㎞)의 왕복 4차로 도로를 왕복 3차로로 재분배해 좌회전 대기차로와 주차 공간(600면)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공장 내 진'출입이 쉽게 중앙선을 잘라 공간을 튼 데가 51곳이고, 횡단보도 12곳과 가상과속방지턱 8곳 등을 설치했다.

또 갈산공원네거리~㈜푸드웰네거리 구간(1㎞)의 도로를 다시 포장하고 차선'주차면을 도색했다. 이 구간에는 중앙선 10곳을 텄고, 횡단보도 5곳과 주차 공간(180면)을 확보했다.

대구경찰청은 올해 2월 성서산단 관리사무소와 기업체 등을 찾아 열악한 도로 환경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현장을 방문해서 차가 공장을 진'출입할 때 먼 거리를 돌아야 하거나, 법규를 어기면서 중앙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불편을 확인했다. 주차장 부족으로 인해 불법주차 차가 넘쳐나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문제도 점검했다. 이를 토대로 대구시와 달서구청 등과 협의한 끝에 성서산단 내 도로를 순차적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

박재영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안전조사검사부장은 "돌발적이거나 우연적인 사고를 제외하고 교차로 접근 부분 등 도로의 구조나 시설이 문제가 된 사고를 분석해 해결 방법을 찾는다"며 "신규 도로 등 중장기 계획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지하구조물의 종류와 위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토목공사보다 안전시설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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