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수능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훨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열흘 앞둔 이지훈(가명'19) 군은 요즘 짜증이 폭발 직전이다. 누가 말을 걸기만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밤에는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1분 1초가 아까운 때지만 도무지 시험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 소화도 잘 안 되고 두통도 달고 산다. 이 군은 "수능이 인생을 결정할 것 같고, 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가슴이 쿵쾅거린다"고 털어놨다.
수능처럼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적절한 긴장감을 즐기며 준비를 하는 수험생도 있지만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집중력을 높이지만 대부분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걱정이 일으키는 몸의 변화들
시험 불안은 각자 시험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끼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불안의 정도는 개인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시험의 중요성, 시험을 통해 얻은 이전의 경험,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시험 불안은 '걱정'(worry)이라는 인지적 요소와 '정서반응'(emotionality)이라는 감정적 요소로 구분된다. '걱정'이란 시험에 실패했을 경우 나타날 결과에 대한 우려다. 시험 자체보다는 시험 결과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더욱 예민한 상태로 시험을 망칠 수 있는 불안 요소다.
'정서반응'은 시험 불안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긴장감과 신경과민 등 심리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증상도 나타난다. 소화가 안 되고 입맛이 떨어지며 변비가 생기거나 배가 자주 아프고 가슴이 시도 때도 없이 쿵쾅거린다.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불안과 관련된 자율신경 계통의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반응 자체가 시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시험 불안이 꾸준하게 계속되면 우리 몸은 이 같은 심리상태를 피로 또는 피곤함으로 받아들이게 돼 쉽게 몸이 지치게 된다. 아이들은 주로 '짜증'을 통해 불안감을 표현한다. 감정적인 폭발이 잦고 부모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피곤해한다.
이럴 경우 부모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아이가 필요한 게 없는지 고민하고 달래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보다 먼저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아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되, 아이가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만 도와주면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도움을 주면 아이는 오히려 반발한다.
다만 불안장애나 조울증, 양극성 장애 등 정신병증과는 구분을 해야 한다. 공부하다가 병이 난 게 아니라 원래 병이 있는데 모르고 지나쳤던 경우다. 1등을 하던 아이 성적이 갑자기 꼴찌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등교 자체가 힘들 정도라면 심각한 병이 왔을 가능성이 있다.
◆시험 불안, 운동선수처럼 풀어라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지치지 않으려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선 자신의 일상생활을 단조롭게 구성하는 게 좋다. 지금껏 안 하던 공부를 시험 열흘 앞두고 매달린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진 않는다. 단순한 일상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도움이 된다. 큰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들은 자신만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 경기에 임하는 자세, 경기장의 모습, 승리의 함성 등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수험생은 시험장에 들어서는 모습, 시험을 치는 모습, 좋은 성적을 받은 모습, 대학생이 된 모습 등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하루에 5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면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의 기운을 빼고 완전히 이완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불안감 해소와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선수들이 긴장을 풀듯이 일상생활에서 일정한 행동을 하는 것도 좋다. 타석에 서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헬멧을 만지기도 하고 장갑을 다시 여미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는 타석에 설 때 느끼는 긴장감을 푸는 방법 중 하나다. 어떤 프로야구팀 감독들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머리를 깎지 않거나, 옷을 갈아입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두 패배나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시험문제를 풀 때 연필을 돌리는 습관이 있거나 형광펜을 꼭 준비해 공부하는 습관, 이전에 성적이 잘 나왔던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하는 것도 긴장감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습관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은 있지만 잘 이용한다면 불안감을 극복하고 시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교수는 "시험 불안이 극심한 경우 수행 불안이나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처방하는 불안 치료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약물은 불안을 해소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긴장감이 너무 많이 풀려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시험을 망칠 수 있으니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댓글 많은 뉴스
"제대로 했으면 출마도 못해" "권력에 무릎"…'李재판 중단'에 국힘 법원 앞 집결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1500원' 요구…14.7% 인상
대북 확성기 중단했더니…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 껐다
박홍근 "정당법 개정안 통과시켜 국민의힘 해산시켜야"
[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인사이드 아웃] 대구 청년들을 파킨슨병에서 구할 '코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