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떠나가는 스타들

입력 2014-11-01 08:00:00

최근 몇몇 뮤지션이 세상을 떠났다. 먼저 부음을 전한 이는 지난달 25일의 정성조였다. 김수열, 강대관, 최선배, 이판근 등 국내 재즈 1세대보다는 연배가 조금 낮지만, 정성조는 기존의 미8군 무대에 섰던 이들과는 달리 서울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정통 클래식 음악 전공자였다.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가 삽입된 동명의 영화음악 등 많은 영화음악을 맡았고,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최근까지 연주활동을 한 재즈맨이었다.

이어 신해철이 46세로 지난달 27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라는 그룹으로 나타난 뒤, 1992년 넥스트(N.E.X.T)를 조직해 국내 록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또, 지속적인 음악 활동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회 이슈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으로 10대에서부터 40, 50대에 이르기까지 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그의 활동은 '마왕'(魔王)이라는 별명을 얻는 계기가 됐다.

정성조가 떠난 같은 날, 베이스주자 잭 브루스가 71세의 나이로 영국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42년 겨우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미 블랜턴이 재즈에서 리듬 악기였던 베이스를 독주악기로 확립시킨 선구자였다면, 잭 브루스는 록에서도 베이스가 강력한 독주 악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인물이었다. '기타의 신'이라고 불린 에릭 클랩턴과 록 드럼계의 마왕이었던 진저 베이커와 함께 1966년 결성한 3인조 록그룹 크림(Cream)은 4장의 정규 앨범을 남기고 3년 만인 1968년 해체됐지만,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베이스 주자임에도 기타 영역까지 침범(?)한 그의 독주는 여느 기타리스트의 현란한 기량에 뒤지지 않아 후대 베이스 주자의 전범(典範)이 됐다. 특히 에릭 클랩턴과의 배틀(Battle'최고 기량의 두 연주자가 공연에서 경쟁하듯 연주하는 것)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으며, 클랩턴도 그의 실력에 감탄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20, 30대에 일찍 삶을 접는 요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직 많은 날이 남았을 것 같았던 신해철의 예기치 못한 죽음과 잘 알던 이처럼 친근했던 정성조, 잭 브루스의 부음 소식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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