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지붕·오색 단풍·푸른 바다…중국 속 작은 유럽 '칭다오'

입력 2014-11-01 08:00:00

칭다오는 중국 속 유럽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빨간 지붕, 울창한 숲, 푸른 바다가 연출하는 풍경은 낯선 이방인들로 하여금 중세 유럽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잔교에서 바라본 신호산쪽 풍경.
칭다오는 중국 속 유럽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빨간 지붕, 울창한 숲, 푸른 바다가 연출하는 풍경은 낯선 이방인들로 하여금 중세 유럽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잔교에서 바라본 신호산쪽 풍경.
잔교는 칭다오 맥주의 상표 속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관광 명소다.(사진 왼쪽) 칭다오에서는 우리 돈 1천원이면 다양한 꼬치요리를 즐길 수 있다.
잔교는 칭다오 맥주의 상표 속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관광 명소다.(사진 왼쪽) 칭다오에서는 우리 돈 1천원이면 다양한 꼬치요리를 즐길 수 있다.

1시간 10분 만에 국경이 바뀐다고?

정말 옅은 하품을 살짝 뱉었을 뿐인데 비행기는 어느새 이국 상공을 날고 있었다.

비행거리 1천㎞ 남짓한 칭다오는 한국에서 이국 풍물과 가잘 빨리 만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다.

근현대사 격변기에 독일, 러시아, 일본의 조차지(租借地)로 이용됐던 까닭에 일찍부터 유럽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이 무렵 독일에서 이식된 맥주 문화는 칭다오를 세계적인 맥주 도시로 만들었다. 순전히 맥주 한 모금을 위해서 이곳을 찾는 '비어(Beer) 마니아'도 있다고 한다.

조차지라는 역사적 우울을 털고 '중국 속의 유럽'으로 비상하고 있는 칭다오를 돌아봤다.

◆저가 항공사 취항으로 편리해진 칭다오=최근 저가 항공사들의 취항으로 칭다오가 무척 가까워졌다. 특가 이벤트를 잘 잡는다면 10만원 안팎으로 왕복항공권 구매도 가능하다. 서해의 페리나, 크루즈 요금보다도 싸다.

근래 칭다오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고 시장 노점으로 가면 1천~2천원으로도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시내 관광지는 버스노선이 잘 연결돼 있어 1, 2위안이면 투어가 가능하다. 1시간여 장거리 택시도 2만~3만원이면 충분하다.

칭다오 시가는 크게 신시가지, 구시가지, 맥주박물관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신시가지엔 5'4광장, 요트경기장, 카페거리가, 구시가지엔 잔교(棧橋), 루쉰(魯迅)공원, 신호산(信號山), 소어산이 포진해 있다.

중국의 호텔 요금은 비싼 편이다. 일반 물가와는 달리 호텔 숙박료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 고액의 숙박비가 고민스럽다면 1박 비용 1만원 안팎인 캡슐룸이나 유스호스텔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캡슐룸의 경우 길이 2m, 높이 1,2m로 1명이 눕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일정이 빠듯하고 맥주 마니아가 아니라면 맥주박물관은 우선순위에서 제쳐두어도 좋다. 무료 시음이 있긴 하지만 입장료(60위안)가 비싸 그 돈이면 근처 식당에서 안주를 곁들여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소어산'잔교'신호산등 관광 명소=숙소에서 일어나 조식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들른 곳은 칭다오 미카엘 성당. 1934년 독일 신부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 장소로 인기다.

중산로를 따라 일행은 잔교행 버스에 올랐다. 휴일이라서인지 일대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잔교는 칭다오맥주 상표에 들어앉을 정도로 도시 상징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길이는 약 440m로 1891년 당시 독일과 일본군 침략을 막기 위해 간이부두로 건설되었다. 1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1931년 재건됐다.

잔교와 신호산공원, 팔대관은 도보로 연결된다. 신호산공원 이름에도 재미있는 역사가 서려 있다. 1897년 칭다오를 침략한 독일은 이곳에 무선기지국을 세웠는데 전파 신호를 보내던 곳이라 하여 신호산이 되었다.

신호산에는 마오쩌둥이 여름 별장으로 이용했다는 영빈관과 작은 물고기를 닮았다는 소어산(小魚山)이 있다. '어산'(魚山)은 본래 어민들이 그물과 생선을 말리던 작은 언덕인데 1984년 공원을 조성하면서 어느덧 손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소어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칭다오 전체 경치 중 단연 압권이다. 카페나 블로그에서 엽서 같은 풍경을 본 적이 있다면 십중팔구 소어산이나 팔대관 쪽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빨간 지붕, 오색 단풍에 푸른 바다가 빚어내는 도시 풍경은 마치 중세 유럽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다시 도로로 내려와 제2 해수욕장을 따라가면 '팔대관'(八大關)이 나온다. 1920년대 서양 열강들이 이곳을 개발할 때 8개의 관문이 있었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주변에 유럽식 별장 수백 동이 경연을 하듯 늘어서 있어 '만국건축박람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역사적 그늘 벗고 관광도시로 부상=1900년대 중국의 조그만 어촌도시에 불과했던 칭다오가 어느새 대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넓은 평야와 임해(臨海)의 지리적 이점과 중국 정부의 개방화 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20세기 초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열강의 식민지화를 경험했듯 칭다오도 그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 속 유럽'이라는 별칭도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역사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역사적 그늘을 지워 버리고 오히려 그것들을 관광자원으로 선(善)순환시킨 그들의 역발상은 평가할 만하다 하겠다.

중국 칭다오에서 글 사진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Tip) 꼭 들르세요

피차위엔(劈柴院)=칭다오서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피차위엔은 꼭 들러야 할 코스. 1902년 독일이 점령했을 때 형성된 상가로 100년이 훨씬 넘었다. 오징어, 새우, 꽁치 등 꼬치요리부터 성게, 게, 조개 등 해산물까지 풍부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꼬치 요리 하나당 10~20위안. 칭다오맥주나 바이주를 곁들여 1인당 1만원 선이면 근사한 저녁을 꾸릴 수 있다. 극성스러운 미식가를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전갈, 매미, 해마, 굼벵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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