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대 가 야!…고령읍 대가야읍 명칭 변경 추진

입력 2014-11-01 07:06:24

고령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지산리 대가야 고분군과 대가야 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등에는 대가야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령군 제공
고령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지산리 대가야 고분군과 대가야 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등에는 대가야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령군 제공
고령군이 대가야읍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고령읍 전경. 고령군 제공
고령군이 대가야읍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고령읍 전경. 고령군 제공

사람들이 경북 고령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딸기(쌍림면), 감자(개진면) 등 고령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령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첫 머리에 이렇게 쓰여있다.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 군청 바로 곁에는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국악당이 자리 잡고 있다. 1천600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여겼던 대가야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고대 왕국 대가야가 살아 숨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낙동강을 끼고 논농사를 지을 농경지와 강력한 제철(製鐵)기술을 토대로 신라'백제'고구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왕국을 건설했던 대가야. 고령을 주축으로 가야연맹의 맹주로서 가야금을 제작하고 음악을 정리하는 등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했다. 지금은 비록 인구 3만5천여 명의 작은 군으로 남아있지만, 1천600년 전 대가야는 고대사의 화려한 주역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잊고 있는 '대가야'라는 이름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바로 고령읍이라는 이름을 대가야읍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다.

대가야의 역사적 가치는 고령읍 지산리 고분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704기의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은 2013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됐고, 2017년 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대가야읍 명칭 변경은 곽용환 고령군수가 6'4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곽 군수는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유'무형의 콘텐츠들이 고령읍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며 "대가야읍 명칭 변경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역사관광도시를 구축해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53명의 위원들로 '대가야읍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장으로 이태근 전 고령군수, 부위원장으로 김희수 전 고령군의회 의장을 추대했다.

대가야읍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고령읍 주민 반 이상 참여와 참여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올해 안에 '대가야읍 명칭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고령군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군의회의 조례 개정이 끝나면 내년 4월 대가야체험축제 전에 대가야읍 명칭 변경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물론 일부 고령읍 주민들의 걱정도 있다. 고령읍이라는 이름을 바꿀 경우 예산이 많이 들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고령군 관계자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산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읍사무소 간판과 표지판 몇 곳만 수정하면 충분하다"며 "부동산등기부'주민등록'토지대장 등 각종 행정 문서들은 이미 전산화돼 있어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고령군이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군민 중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61.3%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특히 고령읍 주민의 67%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명칭 변경으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포항시는 2010년 1월 1일부터 한반도 최동단인 대보면의 명칭을 '호미곶면'으로 바꿨다. 대보면의 위치와 형상 등이 호랑이 꼬리를 닮은 데 착안한 것이다. 그 후 호미곶면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김삿갓면, 평창군 대관령면,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보은군 속리산면,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읍 등은 명칭 변경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고령군은 명칭 변경과 동시에 시가지 정비는 물론 읍 청사 신축 및 관문 건립, 종묘 건립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곽용환 군수는 "대가야읍 명칭 변경은 새롭게 도약하는 고령읍의 장기발전계획과 맞물려 있다. 1천600년 전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4국 시대를 열었던 대가야 수도 고령읍의 역사성을 내세워 '강한 고령'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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