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남이 모르는 나만의 창문을 좁혀가라

입력 2014-10-30 07:21:23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와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혈혈단신으로 자수성가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여러모로 성공했다 싶을 만큼 이룰 것을 이루고 마지막 단계로 자신의 결핍을 메워 줄 성대한 결혼을 꿈꾼다. 그래서 성공한 자기 모습에 걸맞은 여성을 고른다. 그것도 아름답고 집안 좋은 배우자감을 골라 기왕이면 그간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호사스러운 결혼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 여성이 조건에 맞고 괜찮다 싶으면 그쪽에서 결혼 당사자가 되는 신랑조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랑의 집안과 내력까지 깐깐하게 따지고 들어오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야 비로소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자신의 뿌리가 되는 부모와 내세울 것 없는 집안 환경이 현실적으로 고통스럽게 다가옴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런 마음의 짐을 가지고 필자의 상담뜨락을 찾은 준수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환경과 처지를 예비 신부에게 차마 미리 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숨기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신부 측은 냉정히 둘을 갈라 버렸다. 그로 인해 새로운 만남조차 두렵고 좌절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라 했다. 청년 입장에선 꼭 하고 싶은 결혼이었지만, 어려운 집안 배경을 말해 버리면 상대는 도망갈 것 같아 숨겨오다 끝내 거절을 당해 버린 그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여 줄지 과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필자의 머릿속에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들이 만든 '요하리의 창'(Johari Window)이 떠올랐다. 이 프레임은 타인과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가는 모형이다. 즉 사람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마음의 창이 다른데,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속내를 어느 만큼 정직하게 표출하는가 하는 정도와 그에 대한 '피드백의 수용 정도'에 따라 이 마음의 창들을 구성하는 영역의 넓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들의 네 가지 창문(공개적 영역, 맹목적 영역, 감추는 영역, 미지의 영역) 중에서도 특히 상대가 실망할까 봐, 나를 떠나갈까 봐 두려워서 남이 모르는 나만이 아는 영역을 자꾸 숨기는 '감추는 영역'의 창문을 확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그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는 특히 그 창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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