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활동 34년, 국민훈장 동백장 받은 진외택 씨

입력 2014-10-29 09:15:36

진외택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장이 34년간의 교정 봉사활동으로 받아온 상패 등을 가리키며 그동안의 기쁘고 힘들었던 추억들을 설명하고 있다.
진외택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장이 34년간의 교정 봉사활동으로 받아온 상패 등을 가리키며 그동안의 기쁘고 힘들었던 추억들을 설명하고 있다.

진외택(68)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장은 간혹 연설이나 축사를 할 기회가 있을 때, '장미'란 단어 넣기를 좋아한다. 장미는 교화의 꽃이다. 교도소 수용자들이 가시밭길을 지나 환한 꽃을 피워내는 것이 장미와 꼭 닮았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고, 나를 잊어도 좋습니다. 수용자들이 나를 포함해 험난했던 과거를 잊고 그저 환한 앞날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34년간 수용자들의 교화활동에 힘써온 진외택 회장이 28일 교정위원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교정위원이란 교도소 등 교정기관의 수용자와 출소자를 돕는 민간 봉사자를 말한다. 30대 중반 처음 교정위원 활동에 뛰어든 그는 반평생을 수용자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가시밭길을 건너왔다.

"처음에는 동네 선배들의 손에 끌려 교도소 봉사활동에 참여했죠. 그게 지금까지 흘러올 줄은 몰랐네요."

포항에서 중견 건설업체(신진종합건설)을 운영하고 있는 진 회장은 1980년 경주교도소 교정위원(당시 교화위원)을 시작으로 교정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후 26년간 경주교도소를 오가던 그는 2006년 포항교도소가 개소하면서 초대 교정협의회장을 맡았다. 포항교도소의 창립멤버인 셈이다. 이후 7년 동안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지역 17개 교정기관을 아우르는 대구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의 제5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오래 교정 봉사를 하다 보니 참 별일이 다 있었죠. 한 번 인연을 맺었던 수용자가 출소하고도 다시 범죄를 저질러 또 저와 만난 적이 있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타박을 줬더니 그 친구가 무척 부끄러워하더군요. 비록 한 사람의 인생을 많이 변화시키지 못해도 최소한 친 가족처럼 서로 속내를 나누는 사이가 되자고 그때 다짐했습니다.

진 회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면회 한 번 못 오는 수용자 가족들을 자비로 초청하고, 배움의 뜻이 있는 수용자들에게 학비와 교재비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껏 그와 자매결연을 맺고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수용자만 170명. 그 밖에도 불우수용자 450명의 생활비를 후원했으며, 생필품과 학습교재, 검정고시 지원 등의 금액을 모두 합하면 수억원이 족히 넘는다.

"아무리 도움을 줘도 출소 후 자리를 잡고 나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이 잘 없어요. 저를 보면 후회스러웠던 옛날이 생각나기 때문이겠죠. 차라리 연락 없이 그저 잘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도움의 보답이 항상 뿌듯했던 것은 아니었다. 간혹 출소 후에도 돈을 요구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거나, 협박을 일삼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어쩌다 다른 가족들이 그런 전화를 받기라도 하면, 불안해하는 가족의 모습에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하는 후회도 했다. 그래도 진 회장은 단 한 번 포기하는 일 없이 수용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 자리를 지켜냈다.

"주위에서는 간혹 '범죄자들하고 가까이 지내서 무엇이 좋으냐'며 타박을 줍니다. 하지만, 수용자들도 우리 이웃으로 여기고 따뜻하게 보듬어 그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재범률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순간의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전부 망치지 않도록 선봉에 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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