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지적장애 안고 세 아이 키우는 조현우 씨 부부

입력 2014-10-29 07:25:59

"다섯 식구 온기 전해주는 건 전기장판 하나뿐"

조현우(가명) 씨는 이번 겨울을 날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세 살 난 쌍둥이 남매와 15개월 된 어린 아들이 있지만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돼 냉골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식구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건 전기장판 하나뿐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조현우(가명) 씨는 이번 겨울을 날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세 살 난 쌍둥이 남매와 15개월 된 어린 아들이 있지만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돼 냉골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식구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건 전기장판 하나뿐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조현우(가명'51) 씨는 이번 겨울을 날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세 살 난 쌍둥이 남매와 15개월 된 어린 아들이 있지만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돼 냉골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와 아내, 세 아이까지 다섯 식구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건 전기장판 하나뿐. 그마저도 조 씨가 고물을 줍다가 쓰레기 더미에서 가져온 것이다. 지팡이를 짚어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몸도 성치 않지만 항상 아내와 아이들 걱정이 먼저다.

"아내는 이가 다 썩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이들도 셋 모두 발달이 느린데, 그게 다 내 탓인 것 같죠. 가족들을 따뜻한 방에서 재우고 좋은 것 먹이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같은데 못해주니 너무 미안해요."

◆외로웠던 젊은 시절

조 씨는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다. 이름도 모른 채 버려진 그는 '조철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철저히 혼자서 모든 걸 헤쳐나가야만 했다. 껌팔이, 신문팔이부터 시작해 군고구마'붕어빵을 파는 노점까지 밑천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해봤다.

가족이 없었던 조 씨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그의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것은 나눔이었다. 노점에서 번 돈을 홀몸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하고, 쉬는 날에는 봉사활동도 했다. 십수 년간 이어진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조 씨는 자랑스러운 시민상 등 10여 개의 표창장도 받았다.

"천원 하는 국밥을 사먹으면서 모은 돈을 어르신들을 위해 썼죠. 가족이 없으니 그분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했어요."

노점 일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점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부터 봉사활동에서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옮겨 드리는 등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어느 날은 무거운 가스통을 나르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조 씨의 몸은 조금씩 축나고 있었다. 그러다 10년 전쯤 큰 교통사고를 당한 뒤 머리를 다쳤고 지적장애 진단까지 받게 됐다.

"젊음을 믿고 무리했던 거죠. 혼자다 보니 챙겨줄 사람도 없었고요. 차츰 몸 상태가 나빠지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어요."

◆장애를 가진 부모와 발달이 느린 세 아이

그러다 40대 후반에 조 씨에게도 가족이 생겼다. 아내를 만나 2011년 결혼했고, 이듬해 아이들도 얻었다. 쌍둥이 남매였다. 50년 가까이 가족 없이 지낸 조 씨에게 아내와 쌍둥이 남매는 큰 선물이었지만 지적장애에 다리를 저는 등 몸까지 불편한 가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게다가 아내도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데다 치아가 성치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아이들을 돌보기 버거웠다.

"사실 아내도 저도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아이를 가지는 데 대해 두려움이 많았어요. 게다가 쌍둥이라니 걱정부터 앞섰죠."

쌍둥이가 태어난 후 경제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대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지라 모아둔 돈도 없었는데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 아이들을 키우면서 분유값과 기저귀값은 계속 들어가는데다 쌍둥이 중 아들이 뇌수막염을 앓아 두 번의 큰 수술을 하게 되면서 돈이 나갈 곳은 더 많아졌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채는 조금씩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분유값이 없다고 애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죠. 수술비며 약값까지 들다 보니 결국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빚에 허덕이던 가족들에게 지난해 막내가 생겼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 씨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 둘이서 아이 셋을 키우려니 막막했어요. 태어난 걸 마음 놓고 축하해주지 못한 것도 막내에겐 무척 미안해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내와 아이들

집 안 물건 대부분은 조 씨가 얻거나 주워온 것이다. TV와 장롱, 심지어는 아이들의 옷까지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분유는 사다 먹이고, 기저귀도 일회용은 가급적 줄이고 천기저귀를 빨아 쓴다. 이런 와중에도 천성이 부지런하고 바른 조 씨는 매달 조금씩 채무를 갚아가고 있다. 밤마다 불편한 다리로 리어카를 끌고 고물을 주워다 판 돈으로 빚을 갚는다.

"죄짓고 사는 기분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찜찜해서요. 고물 줍는 일도 겨울이면 하기 어려워 걱정이에요."

최근에 조 씨는 TV를 보며 눈물짓는 일이 잦아졌다. 연예인들이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쌍둥이와 막내 또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 보면 눈물이 고인다. 아이들은 셋 모두 발달 상태가 평균보다 느려 허약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불편한 치아 때문에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해 임신 기간 동안 영양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잘 먹지를 않아요. 15개월 된 막내는 이제 겨우 걷기 시작했는데 TV에 보면 그 또래 애들이 막 뛰어다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죠."

당장 수백만원이 드는 아내의 치아 치료비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게다가 아내의 가슴에 알밤만 한 혹이 만져지는데 정밀검사를 하려면 수십만원이 들어 몇 년째 치료도 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느린 아이들도 정밀검사가 필요하지만 검사할 여유가 없다.

"잘 먹이고 잘 기르고 싶은데 남들보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 아픈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힘이 들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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