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주교 시노드 참석한 강우일 한국주교회의 의장
"동성애자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은 타고난 그런 성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거죠. 그들을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되며 교회 식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달 5일부터 19일까지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그는 최근 '동성애' 관련 언급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돼 화제가 됐지만, 결국 빠져버린 시노드 최종 보고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의 최종 문서를 작성할 교부로 임명한 6명에 포함됐다.
◆'동성애'와 '동성 결혼'은 다른 문제
강 주교는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볼 때 동성애적 성향과 동성애자들의 실제 결혼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은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교회로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결혼으로 볼 수가 없어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함께하는 겁니다. 동성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건 인간으로서 정당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를 빼앗는 겁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 엄마 젖을 먹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인간관계를 배워 갑니다."
강 주교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여러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정식 문서로 채택하는 데 거부감을 느낀 주교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동성애 관련 부분은 이혼이나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문제와 함께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문제에 주교들의 반 이상이 찬성했지만 공식문서 채택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는 못한 것이다. 강 주교는 "이혼자와 재혼자 문제의 경우 결혼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허물자고 생각하는 주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이런 원칙은 지켜가더라도 결혼생활에 실패한 부부들을 무작정 교회 바깥으로 내몰거나 모른 척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종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동성애와 이혼자 문제 논의 자체가 폐기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강 주교는 "최종 문서에서 제외됐다고 논의에서 배제된 게 아니다. 발표에서는 제외될지 몰라도 교황에게는 모든 논의 내용이 보고된다. 교황께서도 모두 내용이 지역교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시노드, '열린 토론'
주교 시노드(synod)는 교황이 주교들로부터 지역교회의 현황과 의견을 듣는 자문기구격이다. 보통 3, 4년마다 열리지만 이번에는 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년 10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임시총회로 열렸다. 이번 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이후 처음 소집한 것이다. 특히 정기총회를 앞두고 임시총회가 열린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가정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시노드 이후 주교들은 논의 결과를 담은 '건의안'을 발표하고, 교황은 이 건의안을 참고해 새로운 가르침을 담은 '사도적 권고'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 시노드는 임시총회라서 건의안이 아닌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주교들에게 임시총회 첫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주문했고, 따라서 동성애 문제가 공개적인 논의 주제로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아래에서 위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오랜 시간을 두고 토론 및 대화로 방안을 모색하는 예수회의 의사 결정 방식과 닮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이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