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과정 예산 타령, 정부가 근본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4-10-23 10:43:38

정부가 3~5세 무상보육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전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높다. 엊그제 대구서 열린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3개 교육청 국감 현장은 정부 성토장이 됐다. 정부는 누리과정 전체 소요 경비를 산정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반영했다지만 교부금이 세수와 연계되면서 교육청으로서는 세수 감소로 인해 한 푼의 추가예산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누리 과정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었으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영유아들에게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월 22만 원씩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구교육청만 해도 교원 명퇴금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쪼들린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지급할 여력이 없다. 전체 예산 가운데 경직성 경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재원은 2천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 정부가 나서야 할 사업에 1천8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대구교육청이 갚아야 할 채무는 지방교육채 1천777억 원, BTL(민간투자 학교신설 등) 3천886억원 등 5천663억 원에 이른다. 재원이 없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교육청의 주장은 엄살이 아니다.

사정은 어느 교육청이나 똑같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2조 1천429억 원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청에 예산을 편성하라고 닦달하던 정부도 답답하게 됐다. 누리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각 교육청이 1조 9천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묘안을 찾을지 모르지만 빚으로 무상보육을 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일 수는 없다. 교육교부금은 전년도 내국세 총액의 20%를 배정하도록 법률로 정했다. 정부는 해마다 세수가 증가한다고 예상했지만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세수가 감소해 문제가 됐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부와 교육청 간 예산 줄다리기는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곳은 교육청이 아니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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