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한집안 두 종교, 이슬람을 믿는 며느리와 불자 시어머니

입력 2014-10-23 07:37:58

EBS '다문화 고부열전' 23일 오후 10시 45분

경북 안동시. 시집와서 딸만 넷을 낳은 탓에 호되게 시집살이를 했던 김우기(76) 씨가 살고 있다. 김 씨는 딸을 넷 낳은 뒤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하나도 아닌 쌍둥이로 얻게 되었는데, 모두 부처님 은공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부처님의 은공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일이 생겼으니 바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며느리 야누아리카 마야(34) 때문이다.

평소 예의 바르고 싹싹하기로 동네에서 소문난 며느리지만 말 못할 고충이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종교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인도네시아 출신답게 며느리의 종교는 이슬람이다. 시어머니는 한국으로 시집을 온 이상 집안 종교인 불교를 따라줬으면 하지만 며느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져 간다. 시어머니는 하루에 다섯 번 히잡을 쓰고 메카 방향으로 기도를 하고 아이들에게 이슬람문화를 알려주는 며느리를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시어머니는 일흔이 넘어 일이 힘에 부친다. 며느리가 좀 도와줬으면 싶은데 며느리는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닭발 공장으로 출근을 해버린다.

며느리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부족함 없이 살았던 며느리로서 닭발 공장에서 일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방앗간에서 시어머니의 일을 도와주며 용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돈을 받기가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섭섭해하는 시어머니에게 서운하다.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느라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고부가 며느리의 친정이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시어머니는 생각지도 못했던 환대를 받는다. 또 살갑게 자신을 챙기는 며느리의 모습에 점점 마음이 풀려 간다. 시어머니는 큰맘 먹고 며느리와 함께 이슬람사원을 방문한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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