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변병 장애인 이은하 씨
"장애를 넘어 노래는 내 인생의 활력입니다. 가요제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꿈만 같습니다."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40대 뇌병변 중증장애 여성이 가요제에 출전, 첫 입상해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 성서에 살고 있는 이은하(47) 씨. 그는 최근 (사)열린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대구시지부가 주최한 제8회 장애인가요제에서 대상 못지않은 값진 동상을 거머쥐었다.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 14명과 겨룬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 이미자 노래 '찔레꽃'을 열창했다. 방청객들은 그가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박수를 쳤고 노래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뇌병변 중증장애인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처음 봤다. 발음은 약간 어눌하지만 음정'박자는 나무랄 데 없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노래 무대에서 동료 장애인들의 축하 꽃다발을 받은 그는 생애 첫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이 있던 날 홀로 계신 엄마(80)가 생각 났어요. 엄마가 몸이 아파 저의 무대를 보지 못했거든요. 제가 노래 부르는 것을 동영상에 담아 보여줬더니 엄마가 울기만 했어요."
그는 어릴 적 꿈이 가수였다. 하지만 뇌병변 중증장애를 앓아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그는 도우미가 없으면 식사, 화장실, 외출 등을 전혀 할 수 없다. 더구나 혈압도 높고 심장도 약해 오랫동안 정신을 집중할 수 없다. 그는 이번 가요제 출전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그는 5년 동안 틈만 나면 집에서 노래 연습을 했다. 자신의 방에 있는 컴퓨터가 유일한 친구다. 그는 컴퓨터에 CD를 꽂아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를 반복했다. 또 도우미와 함께 휠체어가 들어가는 노래연습장을 찾아 배운 노래를 실전같이 연습했다. 이전에 가요제 출전을 3, 4번 했지만 낙방의 쓴맛도 맛봤다. 도우미를 맡고 있는 한숙자(62) 씨는 "은하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음악 반주만 나와도 콧노래를 흥얼댄다. 불편한 몸을 극복하고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열정은 정말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자, 문주란 노래를 좋아하고 가요 100여 곡을 부를 수 있다. 팝송도 수십 곡 알고 있다.
그는 12살 때 장애인학교에 입학했다가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 5학년 때 중퇴했다. 엄마가 업고 다니며 등하교도 시켰다. 그 이후로 줄곧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는 노래를 인연 삼아 40대 초반에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바깥세상에는 친구들도 있고 구경거리도 많아 행복했다. 그는 운동하면 혼자 걸을 수 있을까 싶어 장애인 복지관인 달구벌복지관에 나가 걷기운동도 시도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행을 한 번 해보는 게 또 다른 꿈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 더 넓은 세상을 맘껏 구경해 보고 싶어요."
그는 노래를 계속 부를 예정이다. 가수의 길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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