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로 숨진 16명의 유족들이 사고 발생 57시간 만에 보상과 장례 등 문제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판교 사고'가 돌발적으로 터진 지 만 사흘이 지나지 않아서 사고 처리를 둘러싼 보상, 장례 절차, 형사 처벌 문제까지 완벽한 합의가 이뤄졌다.
유족들은 통상적 관례에 따라 보상금 범위와 기준을 확정 짓기로 했고, 경기도와 성남시 합동사고대책본부는 청구 한 달 이내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보상 책임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혼선이 가시지 않았지만 축제를 실질적으로 주관한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유족에 대한 1차 보상을 담당하고, 각자 분담 비율은 추후 합의키로 했다.
순리적인 보상과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안도하고 있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상을 둘러싼 생떼나 억지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돌발적 사고에 대한 유족의 보상 요구와 사후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합리적 해결과 인본적 대응의 사례는 '판교 합의'보다 먼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때 벌써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 희생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부산외대 신입생들이었다. 부산외대 희생자 유족들은 사고가 터진 지 6일 만에 놀라운 결정을 했다. 유족들 스스로가 "우리가 계속 너무 울면 애들이 좋은데 가지 못하니 가슴이 미어터지지만 참자"며 서로 손을 맞잡고 자제를 호소했다.
그뿐만 아니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 등이 사비로 지급한 보상금 등의 상당액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결단까지 내렸다. 억울한 사고를 당했지만 비탄에 파묻히지 않고 장학금 지급을 통해 잃어버린 자식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는 성숙한 대응이 조용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부산외대 마우나오션리조트 희생자 유가족들이 억울함을 딛고 내린 희생적 결단이나 판교 유가족들의 수용적 합의 자세는 안전한 시민문화의 밑거름이다. 더 이상 건성건성 건축 풍토나 비리 혹은 탈'불법적 행위의 일상화는 용납될 수 없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들과 그 유가족이 보여준 희생과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안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최후의 보루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풀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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