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손·발 하얗게?…피가 안 통한다는 신호
주부 이모(56) 씨는 찬물에 손을 넣을 때마다 검지와 중지가 하얗게 변하는 증상에 시달렸다. 기온이 떨어지면 손이 너무 시리고 아팠고, 수영을 하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 손의 색깔이 희고 붉게 변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전형적인 레이노증후군의 증상이었다. 참다 못한 이 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전신경화증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신경화증은 콜라겐이 과다 분비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장기에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레이노증후군은 류마티스나 쇼그렌증후군, 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색이 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손'발의 색깔이 변한다면 의심
레이노 현상은 기온이 떨어지거나 찬물에 담갔을 때 손과 발의 색이 하얗거나 푸르게 변했다가 따뜻하게 두면 붉게 변하는 증상이다. 인구의 10% 정도에서 발병하며 남녀 비가 1대 9 정도로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손발 끝 모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수축과 확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게 원인이다. 색 변화와 함께 통증이나 저림, 감각저하, 시린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레이노 현상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분류된다. 류마티스 질환이나 혈관 질환 등이 있는 경우 이차성 레이노 현상이라고 하고 다른 질환 없이 레이노 증상만 있는 경우를 일차성이라고 한다. 일차성 레이노 현상의 경우 대개 젊은 여성에서 발병하지만 혈관에 구조적인 이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차성의 경우 전신경화증이나 류마티스,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동맥 경화증, 혈전혈관염 등 폐쇄성 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또 도로 굴착 장비 등 진동기구를 자주 사용하거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항암제, 편두통 치료제 등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원인 질환 함께 치료해야 효과
레이노 증상은 손가락의 혈류 변화를 측정해 검사한다. 동맥 혈류 기능 검사의 경우 찬물에 손을 담근 후 동맥 혈류를 측정하고 상온에서 5분 후에 혈류의 회복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찬물에 손을 담갔을 때 혈류 감소가 생기고 상온에서 5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레이노 증상으로 판단한다. 레이노 스캔 방법도 사용된다. 한쪽 손을 4℃의 찬물에 5분간 넣고 반대편 손은 실온에서 방사성 의약품을 주사한 후 감마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레이노증후군이 의심될 경우에는 현미경 검사를 통해 손톱 밑 모세혈관의 형태 변화나 이상을 검사한다.
레이노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약물치료보다는 보존적인 치료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온이 내려가거나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낼 때 장갑을 착용한다. 열선이 내장된 보온 장갑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차성 레이노 증후군은 원인이 되는 질환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타 차단제나 편두통 치료제 등 약물은 조절하고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손끝에 궤양을 동반한 레이노증후군 환자의 경우 항생제를 포함한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약물치료는 칼슘 차단제나 혈관 확장제, 혈소판 응집 억제제를 투여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화정 교수는 "레이노 증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자가면역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방치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화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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