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원격진료 시스템…병원에서? 집에서! "치매가 줄행랑"
영양지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1.4%로 초고령화 사회다. 그만큼 노인 치매 관리에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종합병원이 없는데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읍내에 있고, 치매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진도 전무하다. 이에 따라 영양군보건소는 안동지역 병원 등과 치매 정밀검진, 원격진료 협약 등을 체결해 치매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열악한 의료환경 극복 치매 프로그램 운영
영양군보건소는 치매환자와 가족,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매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환자나 가족들의 자조 모임을 만들고, 취약계층의 인지기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과 치매 고위험군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가정방문 환자관리 등도 시행한다.
특히 영양군보건소는 2015년부터 치매예방관리사업의 체계를 구축하고 치매 조기발견 확대 전략으로 60세 이상 치매선별검사 전수조사를 3년간에 걸쳐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안동도립노인전문병원과 협진을 통해 치매 정밀검진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등록된 치매환자들에게는 가정방문과 전화상담 등을 통해 수시로 치매상태를 파악하며,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울러 뇌졸중 조기 검진과 증상 발견 시 병원에 의뢰한다. 치매환자들에게는 매월 3만원까지 치매 약제비도 지원한다.
◆치매환자모임'치매 쉼터 운영
치매환자들의 자조 모임인 '행복한 어울림'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1차례 치매환자와 전문강사, 간호사, 상담사, 가족 등이 함께 모여 환자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10월부터는 치매환자 부양가족들의 지지 프로그램도 본격 운영하고 있다.
경증 치매환자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우리 마을 예쁜 치매 쉼터인 '행복찾기 쉼터'를 6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치료받는 경증 치매환자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 등 83명이 참석하고 있다. 쉼터에서는 인지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게임과 만들기를 한다.
유말순(81'일월면 도계1리) 할머니는 "경로당에서 매일 텔레비전만 보다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공부와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환하게 웃었다.
◆원격 영상진료, 처방'투약'상담
영양군보건소의 특화된 치매 프로그램은 '원격 영상 진료 서비스'다. 도립노인전문병원과 협약을 통해 환자들이 컴퓨터 영상으로 전문의 진료와 처방을 받은 뒤 약을 복용하는 시스템이다. 오지인 영양지역 치매환자들이 도시 못잖은 치매 관리를 받는 특색 사업이다.
허모(77'영양군 청기면) 할머니는 치매선별 검사로 조기에 발견해 원격 진료를 통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치매 쉼터에 참석하면서 치매를 극복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지난해 5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허 할머니는 오지마을에 살다 보니 병원 진료와 처방을 받기가 쉽지 않아 약 복용을 중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원격진료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가까운 보건진료소에서 영상으로 진료받고, 집에서 약을 받아먹으면서 치매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허 할머니는 "처음에는 안동지역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약을 타왔다. 거리가 멀어 교통비와 시간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집에서 약을 받아서 먹으면서 마음도 편안해 졌다. 치매 쉼터에서 공부하고 만들기도 하면서 정신도 맑아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영양군보건소 이재순 치매사업 담당은 "어르신들의 반응이 참 좋다. 지난 2월 6곳에서 시작했는데, 3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어르신들은 쉼터 방학을 싫어할 정도여서 이제는 쉬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영천시보건소 '기억력 증진교실'…"웃다 보니 10년은 젊어졌어"
"내 얼굴을 그리며 한 시간 내내 웃다 보니 오려던 치매는 달아나고 10년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영천시보건소가 운영 중인 치매 쉼터 '기억력 증진교실'과 치매 가족 자조 모임이 호평을 받고 있다. '기억력 증진교실'은 경로당 12곳에서 매주 2차례 열린다. 자기 얼굴 표현하기, 스트레칭, 공 옮기기, 나무 꾸미기, 꽃 만들기, 민요 부르기, 풍선 배구, 그림이야기 만들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어르신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인지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윤성아파트 경로당에서 열린 '기억력 증진교실'에서 어르신 15명은 자신의 얼굴을 그리며 시종일관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방문 간호사 하현정(42) 씨의 지도에 따라 어르신들은 젊었을 때나 현재 자신의 얼굴을 그린 뒤 지점토로 붙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윤옥주(86) 할머니는 "8살 때의 얼굴을 그리며 마치 초등학교 1학년이 된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팔순 넘은 나이를 잊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가족 자조 모임'도 영천시보건소 인지재활실에서 스트레스 이완요법, 가요 부르기, 치매환자 영양관리, 원예활동, 꽃 만들기, 민요교실 등을 내용으로 10차례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모임에선 참가자들이 자원봉사자 임성숙(59) 씨의 노래와 장구 장단에 맞춰 '영천아리랑' 등을 부르며 스트레스를 털고 가족사랑을 새삼 확인했다.
영천시보건소 정영자 씨는 "인재재활실을 따로 갖추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유대 강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치매선별검사 후 영남대영천병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환자를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체계를 갖췄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영주시보건소 '기공체조' 교육…"어눌하던 손이 똑똑해졌어"
영주 상망동 보름경로당에 모인 어르신 20여 명은 강석좌 영주시보건소장'직원들과 함께 기공체조 강사의 지시에 따라 어색한 몸놀림을 하느라 분주했다.
"손박수와 발박수는 내 몸과 잘 놀아주는 방법입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건강해집니다. 옆 사람과 함께 하면 소통이 잘돼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현숙 기공체조 강사가 능숙한 말솜씨로 재미를 더해가며 어르신들의 기공체조에 힘을 보탰다. 기공체조를 배우며 동료들과 몸짓 발짓을 하던 어르신들은 새로운 몸동작이 신기한지 마냥 즐거워했다.
조순백(77) 할아버지는 "화'목요일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워낙 재미있어 기다려진다. 그러면서도 매번 까먹어서 보건소 직원들이 전화가 오면 급하게 나온다"고 했다.
고화자(77) 할머니는 "부채 만들기, 가방 만들기, 노래하기를 하면서 모르는 것을 조금씩 배우다 보니 점점 젊어지는 것 같다. 아들도 멋진 작품이 쌓여간다며 칭찬해 줬다"며 "교육시간에 빨리 오려다가 깜박 잊고 가스불에 찌개를 올려놓고 오는 바람에 집에 있는 영감한테 혼났다. 요즘은 자주 깜박깜박한다. 그래도 여기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영주시보건소는 지난 3월부터 15곳에서 23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예쁜 치매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권경희 영주시보건소 정신보건담당은 "신명 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르신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 어렵지만 하루가 다르게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고 했다.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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