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에서 어머니로…'류중일 리더십' 꽃피다

입력 2014-10-16 10:23:23

편하면서도 때론 엄하게…"내친 김에 KS 4연패"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15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팬들의 뜨거운 응원 덕분에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기회가 자주 없는 만큼 선수단이 한마음이 되어서 한국시리즈 4연패까지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관계기사 2'22면

이날 경기 내내 굳은 표정이던 류 감독은 우승 세레모니 이후 더그아웃에서야 비로소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대구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일부러 우승 확정을 대구 경기까지 미룬 것 같다"며 여유를 되찾은 그는 "10월 한 달이 참 힘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모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들은 '실패를 모르는 감독'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정상에 선 팀의 감독이라 스트레스가 더 컸다"며 "부상 없이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과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프런트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기는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라 고비를 잘 넘겼다. 투수들은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고, 이승엽의 '부활'은 팀 분위기를 북돋웠다"고 되돌아봤다.

포항 출신으로 경북고'한양대를 나온 그는 선수'코치'감독 생활을 삼성에서만 한 '푸른 피의 사나이'다. 자신을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뛰어난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21세기 최고의 명문 구단을 자신의 손으로 일궈냈다. 올해 우승의 주역인 이승엽은 류 감독의 확실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재기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지난 3년간의 '형님 리더십' 대신 올해 '어머니 리더십'을 추구, 눈길을 끌었다. 가장 편하면서도 때로는 엄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처럼 소통하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팀의 미래를 위한 준비에도 관심을 뒀다. 일종의 야구사관학교인 'BB아크'(Baseball Building Ark)도 류 감독의 뜻대로 이뤄졌다. 심지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자리를 비우면서도 트레이닝 코치들을 용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 보내 삼성농구'배구단 훈련 방법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삼성 야구의 모든 것을 담은 교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팀의 필승 노하우를 책으로 남겨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와도 삼성의 전통을 잇게 하겠다는 욕심이다.

류 감독은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했다. 지난 8월 23일에는 SK전 승리로 493경기 만에 역대 최소 경기 300승 감독이란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화룡점정을 찍으려면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11월 4일 시작하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류 감독은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솔직히 올해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 남은 기간에 철저히 상대를 분석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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