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2차 교통사고 막은 김영희 씨 한밤 겉옷 흔들며 신호

입력 2014-10-16 07:13:19

"내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다만 2차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죠. 주위를 둘러보니 도움이 될 만 한 건 아무것도 없고 다행히 내 옷이 흰색이었어요. 그러니 어떡해요? 내가 나서야죠."

지난달 21일 오후 9시경, 위천삼거리 대구 방향 도로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도로 위에 올라서서 팔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가 워낙 캄캄한데다 왕복 6차로 도로 위에서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는 차들은 드물었다. 급기야 그녀가 겉옷을 벗어서 공중을 향해 흔들자 차들이 속력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날 캄캄한 밤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히 나선 주인공은 김영희(49'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씨.

그녀가 서 있었던 곳 5m쯤 뒤 횡단보도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인이 있었다. 신호등 꺼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인을 보지 못한 운전자가 사고를 낸 것이었다. 김 씨는 친구들과 우연히 그 장소를 지나다 사고가 나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주위가 캄캄해서 사람이 쓰러진 것도 몰랐어요. 휴대전화 조명으로 주위를 비춰보다가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뒤쪽에서는 차들이 쌩쌩 달려오고.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행동했을 거예요."

119와 112에 신고를 했지만, 사고 장소가 외곽지라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그녀의 위험한 행동은 계속 되었다. 그러는 동안 다행히 환자는 의식을 찾았고, 경찰차가 와서 현장을 정리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리만 다친 것 같았어요. 처음에 의식이 없을 때는 많이 걱정했거든요. 구급차를 타면서 대학병원으로 이송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요. 아마 치료 잘하셔서 많이 회복됐을 거예요."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