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정책실패 'CNG택시' 16억원 낭비

입력 2014-10-14 10:24:32

2012년 LPG택시 738대 전환에 200만원씩 지원…업체 "경제성 없어" 상당수 다시 LPG

대구시가 택시의 연료다변화와 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목적으로 야심 차게 도입한 CNG(압축천연가스) 개조사업이 좌초 지경에 이르렀다.

시는 택시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방자치단체로선 전국 최초로 2012년 LPG(액화석유가스)를 CNG로 바꾸는 사업을 시행했고, 올해는 국토교통부의 'CNG 택시 개조 시범사업 지역'으로까지 선정됐다.

시는 이를 위해 2012년 택시 1대당 200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그해 15억8천670만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CNG 가격 상승과 충전에 따른 불편 등으로 택시업계가 이를 외면한데다 시마저도 사후관리에 구멍을 드러내 예산만 낭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실제 2012년 시의 보조금을 받아 LPG에서 CNG로 교체한 택시 중에는 상당수가 몰래 LPG로 다시 교체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D법인택시. 대구시 택시운영과 담당자와 함께 기자가 찾아간 이곳 창고 2곳엔 각각 10여 개의 검은색 CNG 연료용기가 성인 남성 키 높이만큼 쌓여 있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것으로 봐서 보관된 지 꽤 오래된 듯 보였다. 주차장에 있는 택시(쏘나타)의 트렁크를 열었더니 LPG 연료용기가 놓여 있었다. 이 택시는 2012년 10월 시로부터 215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연료용기를 CNG로 바꾼 차량이었다.

시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12년 시의 지원을 받아 15대의 연료용기를 CNG로 교체했다. 1대당 430만원이 드는 교체 비용 중 50%(총3천225만원)를 시가 내고 나머진 업체가 부담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0대 남짓한 택시가 시의 동의도 없이 연료용기를 LPG로 바꿔버렸다.

업체 관계자는 "CNG 가격 상승으로 경제성이 떨어져 계속해서 손해를 볼 수 없었다. 기사들도 안전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LPG를 선호해 CNG 연료용기를 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교체 당시 LGP 가격의 80% 수준이었던 CNG 가격이 최근엔 LPG 가격(1ℓ당 1천10원'한국석유공사 13일 기준)과 비슷해졌지만 LPG에는 유가보조금(1ℓ당 221원)이 지원되는 반면 CNG는 이마저 없어 사용할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D택시 대표이사는 "시내버스와 함께 CNG 충전소를 사용하다 보니 충전하려고 대기하는 데만 2~3시간 걸리고, 주행하는 힘이 약하면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등 기사들의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결국 이 업체는 지난해 추가로 택시 8대를 CNG로 교체하려 했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포기했다. 개조업체에 미리 맡긴 보증금(1대당 60만원)까지 포기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시는 2012년 D택시를 포함해 738대에 15억8천670만원을 지원, 연료용기 교체사업을 시행했다. 하지만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몇 대가 운행 중이며, 또 몇 대가 LPG로 전환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택시운영과 관계자는 "연료용기를 전환해도 괜찮으냐는 문의가 오면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통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CNG 개조 후 몇 년 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바꿔달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LPG 연료용기 재설치 현상이 상당수 업체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대구시의 탁상행정이 아까운 예산만 날린 꼴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사업 시작 전에 CNG 가격 인상 전망과 개조 비용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는 택시업계의 경영난 해소와 택시산업 발전 등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이를 추진했다"며 "시는 지금이라도 실태조사를 통해 애초 지원 목적을 어긴 업체에서는 지원금을 환수하고,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 가정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고압으로 압축한 것이다.

LPG(Liquefied Petroleum Gas'액화석유가스): 유전에서 석유와 함께 가스를 상온에서 압축해 액체로 만든 연료다. 주로 자동차 연료와 난방'취사용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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