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퀸 사이즈의 탄생

입력 2014-10-14 07:05:25

얘야,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 적 있니?

너도 킹 사이즈(King size)니 퀸 사이즈(Queen size)니 하는 말을 들어보았을 거야.

둘 다 큰 걸 가리키는데 킹 사이즈는 남자용품, 퀸 사이즈는 여자용품의 크기를 가리키는 말이래. 보통보다 훨씬 큰 남자구두는 킹 사이즈가 되고, 보통보다 훨씬 큰 여성의류는 퀸 사이즈로 통하는 것이지.

그런데 원래는 퀸 사이즈로 시작했는데 이를 본떠 킹 사이즈도 나왔다고 해.

미국에 오스틴이라는 여류사업가가 있었대.

오스틴은 주로 여자들의 옷을 파는 사업을 했는데,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곤 하였어. 여러 번 망하기 직전까지 가곤 하였지.

그러던 어느 날 오스틴은 가게에서 무엇인가 말하려다 말고 돌아서는 손님을 보게 되었어.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 아닙니다. 저어, 혹시 저에게 맞는 옷이 있는가 해서요?"

그 손님은 매우 뚱뚱하였어. 혼자서는 승용차에 오르기도 힘들 정도였어.

"으음, 엑스라지(XL)밖에 없는데…."

"그렇지요. 어디에 가도 저에게 맞는 옷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손님은 부끄러운 얼굴로 돌아가려 했어.

"잠깐만요, 내일 이맘때에 들러주십시오. 투 엑스라지(XXL)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어쩌면 그것도 작을지 몰라요. 쓰리 엑스라지(XXXL)라면 몰라도……."

"그렇다면 제가 허리둘레를 재어서 꼭 맞게 해 두겠습니다."

"으으…."

그 손님은 부끄러운 얼굴로 돌아갔어.

이튿날 그 손님은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어.

'아마도 너무 큰 사이즈라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나오지 않는 모양이로군.'

오스틴은 옷을 포장하여 손님의 집을 찾아갔어.

뚱보 손님은 겨우 몸을 가누며 오스틴을 맞이하였어.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어.

"자, 이건 엑스라지가 아니고 퀸 사이즈입니다. 여왕이 입는 풍성한 옷 크기입니다."

"네에? 퀸 사이즈?"

처음 들어보는 크기였지만 뚱보 손님은 여왕을 떠올리며 비로소 미소를 지었어.

오스틴의 이 순발력 있는 대처가 오늘날의 세계 최대 의류업계가 있게 된 밑거름이 되었어. 오스틴은 모두가 스몰(S), 미디움(M), 라지(L), 엑스라지(XL) 등 네 종류의 옷에 매달려 있을 때에 퀸 사이즈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나갔던 거야.

그래, 언제나 개척자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는 법이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이름이나 크기를 나타내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의 창의적인 개척정신을 결코 예사롭게 보아서는 아니 되겠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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