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없으면 못잡아" 고용보험은 '눈먼 돈'

입력 2014-10-13 11:03:32

A(52) 씨 등 3명은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협력업체 파견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친구 이름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하고, 자신들은 실업 상태인 것처럼 꾸며 각각 240만원의 실업급여를 타냈다. A씨 등은 근무하는 대형마트에 자신들이 소속된 업체의 관리자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를 조작했다. 이들은 제보에 의해 지난 9월 대구고용노동청에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로 적발됐다.

대구경북에서 고용보험 부정수급이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대구경북의 고용보험 부정수급액은 14억2천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5천400만원보다 117.9% 증가했다. 또 올해 8월까지 부정수급 건수도 2천154건으로 지난해 동기(1천98건)에 비해 96.2%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의 경우 7억4천8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5억5천700만원)보다 34.3% 늘었고 건수도 13.8% 증가했다. 사업장에 주는 각종 지원금을 나타내는 '고용안정' 부문에서도 지난해 400만원에서 올해 2억3천200만원으로 늘어났고, 사업주 훈련지원금 등을 나타내는 '직업능력' 부정수급액도 지난해 5천700만원에서 올해 4억3천400만원으로 급증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최근 3년 사이 부정수급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줄었으나, 올해는 유관기관과의 공조 조사, 제보 증가 등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부정수급 사례는 실업급여의 경우 비자발적 퇴사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도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뒤 실업급여를 받거나 근무하면서 실업상태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다. 또 실제 사이버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교육을 받은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 대구고용노동청의 설명이다.

이처럼 고용보험 부정수급이 숙지지 않는 것은 고용보험이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다 제보가 없으면 불법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사업주가 모르거나 사업주와 짜고 부정수급을 하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제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부정수급을 줄이기 위해 제보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제보를 통해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부정수급액의 20~30%(실업급여'모성보호급여는 최대 500만원,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 최대 3천만원)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지원 단계에서 서류 확인에 그칠 게 아니라 심층상담 등 심사와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적발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전산망 내에서는 수급자가 빠지거나 중복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산망 간의 연계와 함께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부정수급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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