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치매선별 봉사자로 참여 "조기 검사 중요성 알았어요"
"교내 치매노인 조기발견 캠페인을 통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면 증상을 늦춰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어요."
8일 오전 11시 구미시 선산보건소 치매센터에는 경운대학교 치위생학과 학생들이 선산읍에 사는 노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편선영(경운대 치위생과 4년) 씨는 "대다수 노인들은 치매검사는 전문병원에서 어렵게 검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집 근처 아무 곳의 보건소를 방문하면 간단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노인들이 조기검사를 받으며 좋겠다"고 했다.
치매검진사로 활동 중인 편 씨는 "인지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처음엔 매우 당황스러웠다. 겉보기엔 아주 건강해 보이셨는데 안타까웠다"고 했다.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조명숙(56) 씨와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 박영숙(60) 씨는 군위군보건소 치매검진 자원봉사자다. 조명숙 씨는 "몇 달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치매검사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했다"며 "안타깝지만 어떤 할아버지들은 '내가 치매 걸렸나? 아직 멀쩡한데 왜 치매검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고함을 쳐 당황스러울 때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박영숙 씨는 "최근 들어 오지마을을 찾아 노인들에게 훗날을 생각해 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설득하면서 치매검진에 응하는 노인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학교에서 대학생 치매검진사 모집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는 김새아(김천과학대 간호과 2학년) 씨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은 TV를 보거나 고스톱을 즐기는 정도인데, 다양한 치매 예방활동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키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군위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울진 '맑은 뇌 쉼터 교실'
7일 울진군 죽변면 화성1리 경로당은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인 10여 명과 자원봉사자들로 북적댔다. '나의 뇌를 웃게 하자'는 슬로건 아래 '맑은 뇌 쉼터 교실'이 열렸다.
매주 2차례 뇌 쉼터 프로그램에서 치매검진사 자격을 획득한 울진의 주부 자원봉사자들은 색칠하기, 오리기,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날 주부 차명옥(44'울진읍 연지리) 씨는 귀가 어두워 전문강사의 얘기를 잘 듣지 못하는 최수경(88) 할머니 곁에 바싹 붙어 모녀처럼 오순도순 정을 나눴다. 치매검진사인 차 씨는 "가정방문을 통해 치매 기본검사를 실시한 노인 2명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고, 보건소로 연결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했다. 지금은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주부 남복희(48'울진읍 읍내 3리) 씨는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80)를 생각해 자원봉사를 결심했다. 남 씨는 "치매검진사로 활동한 경험이 나중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어르신들이 워낙 좋아하니까 절로 힘이 난다"며 자랑했다.
20여 년간 울진에서 노인복지 자원봉사를 해 온 김용임(56) 씨는 뇌 쉼터 자원봉사와 치매예방 전화상담원 등으로 바쁘다. 울진호스피스회장인 김 씨는 호스피스 회원 19명과 함께 치매검진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치매 노인들에게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재 경산1대학 노인보건복지과 2학년생으로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안동 '기억생생 건강교실'
안동시 와룡면 이하리에 있는 이하보건진료소에서는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예쁜치매쉼터 '기억생생 건강교실'을 열고 있다. 교육을 맡은 대학생들은 매주 두차례 이곳에서 1시간가량 할머니들과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매번 할머니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놀이를 교육으로 연결해 새롭게 수업을 꾸려간다. 이날은 기억력과 순발력을 향상시키는 윷놀이가 진행됐다.
강후원(90) 할머니는 "사람 이름도 그냥 들으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손자 같은 학생들이 외우는 사람한테 사탕도 주고 수업을 재밌게 하니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5, 6월 치매 치료를 돕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치매검사법과 치매 개선 레크리에이션 수업도 들었다. 특히 가톨릭상지대 작업치료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진로와 연관이 깊어 많이 참여했다. 2학년 김상훈(24) 씨는 "우리들이 잘할 수 있는 춤과 노래 등을 가미해 할머니들이 수업이라기보다는 한바탕 즐겁게 놀고 간다는 느낌을 받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말이 전혀 없으시던 한 할머니도 몇 주가 지나니 먼저 인사를 하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권경희 안동시보건소 이하보건진료소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니 할머니들이 마음을 더 열고 수업에도 더 집중하는 것 같다"며 "치매 교육이 있는 날이면 미리 진료소를 찾아 기다릴 정도로 수업의 인기가 좋다"고 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예천 '예쁜 치매쉼터'
6일 오후 예천군 보문면 독양1리 경로당에 할머니들이 모였다. 예천보건소가 운영하는 '예쁜 치매쉼터'에 참여해 미술수업과 바구니 농구게임 등을 즐기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김복희(75) 할머니는 "20년전 마을 풍경을 상상하며 가을 들판 허수아비를 그렸다. 그림이라고는 내 평생 오늘 그린 이 허수아비가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이날 수업 진행을 맡은 박은희 독양보건진료소장은 그림에 표현된 이미지와 색채 등을 해석해 그것에 맞게 치매 심리치료도 겸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할머니에게는 살을 비비며 다가가 친밀감을 유도했고, 말수가 적은 할머니에겐 자꾸 말을 걸어 속마음을 털어놓게 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경북도립대 유아교육학과 학생 4명도 어르신들과 짝을 이뤄 노래와 춤을 추며 치매예방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2학년 이경미 씨는 "교육 중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할머니를 볼 때면 꼭 우리 할머니를 보는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예천군 보건소는 경북도립대 치매검진 자원봉사자 160명과 함께 경로당 8곳 120여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예쁜 치매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응급구조학과는 치매선별검사와 치매인식개선 분야를 맡았고, 유아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는 인지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피부미용학과는 건강한 발관리를 위한 치매교육과 발마사지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지원 예천보건소 치매검진담당은 "치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보살핌인데 경북도립대 학생 16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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