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도서관 이용 "10만원 내세요"

입력 2014-10-09 09:58:06

주민들 발전기금 내야 이용

직장인 우모(42) 씨는 지난 주말 영어 공부를 하려고 집 근처 경북대 도서관을 찾았다. 그는 주말에는 시민도 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발전기금 10만원을 내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발전기금을 내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겨우 1년이었다. 우 씨는 "몇 번 가지도 못하는데 10만원이면 차라리 독서실에 가겠다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고 했다.

경북대가 발전기금 명목으로 적잖은 도서관 이용료를 받고 있어 졸업생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북대는 2009년부터 재학생 외 도서관 이용자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연회비를 받고 있다. 졸업생은 졸업 다음 날부터 2년간 학생증으로 도서관 출입은 할 수 있지만 도서 대출을 하려면 5만원을 내야 한다.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졸업생은 1년에 5만원, 일반 주민은 10만원을 내야 1년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같은 지방국립대인 부산대와 전남대는 졸업생이나 주민이 책을 빌릴 때 예치금만 받고 추후 돈을 돌려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졸업생은 재학생 후배의 학생증을 빌리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31) 씨는 "공부하려고 모교 도서관에 왔는데 연회비 부담이 있어 후배 학생증을 얻어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도서관 측은 '연회비 제도는 재학생을 배려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입장이다. 도심 가까이 있어 무료 개방했을 때 외부인 유입이 많아 상대적으로 재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대출 도서가 반납되지 않거나 훼손된 도서를 재구매하는 비용을 충당하고자 연회비를 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경북대가 도서관 이용자에게 받은 발전기금 가운데 도서관과 관련해 사용하는 돈은 적다. 최근 5년간 졸업생과 주민들이 경북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4만8천530건 가운데 미반납은 75건으로 연평균 15건에 불과했다. 대학 측이 이 기간에 도서와 기자재 구매를 위해 발전기금을 쓴 건 단 한 차례(1천802만5천240원)뿐이었다. 또한 2009년부터 졸업생과 주민들로부터 받은 발전기금 1억5천345만원 중 도서관에 사용된 돈은 4천740만1천860원으로 전체의 30.8%였다.

한국도서관협회 관계자는 "국립대 도서관이 보유한 자료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공공재로 돈을 받고 공공재를 빌려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립대 캠퍼스 안에 발을 들였다고 돈 받는 것이랑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경북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발전기금은 도서관이 관리하는 돈이 아니어서 도서관에만 쓸 수 없다"며 "국립대의 공공성을 감안해 북구 주민에게는 무료 개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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