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 송악산 바닷속

입력 2014-10-08 08:22:50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한 송악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이중 분화구로 된 화산지형이 있다. 정상부에 넓고 얕은 제1분화구 안에 2차 화산 폭발로 생긴 둘레 600m, 깊이 69m의 2차 분화구가 있다. 그림 같은 사계 해변을 지나 모슬포항 쪽으로 가다 보면 신비한 모습을 지닌 해안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것을 만나게 된다. 산이수동 포구에서 보면 해안동굴을 볼 수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이 연합군에 대항해 고속정으로 자살 폭탄테러를 하기 위해 배를 숨겨둔 곳이었다고 한다. 해안 동굴이 15개나 돼 '일오동굴'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원래 소나무와 동백나무, 느릅나무 등이 무성했으나 일본인들이 군사 기지를 만드느라 불태워 지금은 풀들만 무성하다. 왼쪽으로 보면 백록담이 아련하게 보이고 산방산과 형제섬이 사계의 해안선과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으로 보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푸른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다. 가파도는 마라도보다 2.5배 정도 넓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모슬포항의 장사치들이 마라도나 가파도의 주민들에게 외상을 줬다고 한다. 날씨가 안 좋아 주민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다'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송악산은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데 동서남 세 방향이 탁 트인 바다여서 세상의 끝과 바다가 만나는 장소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누구라도 그 수려한 풍광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특급 관광지다. 드라마 '대장금'과 '올인'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송악산 바닷가와 바닷속은 대단하고 볼거리가 많다. 해안 절벽 밑의 수중 세계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경이롭다. 열대바다 수준의 맑은 물과 높은 수온, 거기다 수지맨드라미 산호와 총천연색의 연산호, 해양생물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또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그랜드캐니언 같은 협곡도 있다. 물론 현지 수중지리에 밝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야 수중 협곡을 잘 감상할 수 있다. 직벽 다이빙은 매우 뛰어난 포인트에서 경험해 볼 수 있지만 이곳 협곡 다이빙은 또 다른 세상이다. 한쪽 직벽만 있어도 황홀경에 빠질진대 양쪽에서 압박해오는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 원색의 향연, 해양생물의 움직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송악산 해저 세계를 즐기려면 역시 보트 다이빙을 해야 한다. 지역도 넓고 포인트도 다양하다. 해안절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배를 사용하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용에 민감한 대학동아리 학생들은 비치 다이빙을 하기도 하지만 안전과 체력 안배, 강한 조류 등을 감안하면 역시 보트 다이빙을 추천하고 싶다. 송악산이 돌출된 지형이라 예상외로 조금(소조기)에도 제법 조류가 있으며 사리때(대조기)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도 다이빙이 대개 여러 명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서로 감시를 하고 적정한 훈련을 받았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게다가 직벽이나 협곡에서도 위가 트여 있기 때문에 빠른 공기 소진에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어 중급 이상의 실력이면 안전하게 수중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송악산에는 관광잠수함이 있다. 그래서 요즘 송악산 개발과 관련해 좀 시끄럽다. 필자 소견으로는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제주도에도 유명한 포인트가 즐비하지만 그 가운데 송악산은 특별하다. 수려한 풍광과 물속의 비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중 협곡이 있는 제주 송악산 바닷속으로 모험여행을 떠나기를 권해본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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