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새 모델이 출시되었다. 애플은 i6, 삼성은 노트4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향상되며 디자인이 새로워져 소비자들이 신형 모델에 열광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시작단계인 1.0에서부터 불평등과 빈곤 이슈에 대응 가능한 자본주의 4.0, 더 나아가 5.0, 6.0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자본주의는 제대로 가고 있을까.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되짚어 보자.
첫째, 스마트폰 사용자들 중에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능 중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멀리한다. 알뜰폰, 저가폰이 인기를 얻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망에 연결돼 스마트폰에 기록되어 있는 개인의 소중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보안을 중시하는 일부 지인들은 통화와 메시지 기능만 하는 옛날 폰 1,0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폰 1.0 시대에 전 세계 휴대폰 업계 판도는 새로 짜질 가능성도 있다.
둘째, 기업들은 고객중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활동을 전개한다. 쉽게 말해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미흡한 점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 또 고객 애로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감동을 주고자 한다. 거래 이력을 비롯한 정보를 쌓아서 고객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한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만족은 물론 신규 제품 마케팅 기회를 잡는 기법도 활용된다. 이른바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출시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면서 CRM 10.0 이상의 고도화된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기업에도 정교한 CRM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 예금금리는 즉각 반영되는데 대출 금리는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한 금융권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일 때 일본에서 수입되는 원재료 값이 비싸졌다고 제품값을 두 자릿수로 인상하던 회사가, 엔화가 약세인 요즈음은 반응이 없다. 고객사를 위해 멋진 음악회를 개최하면서도 뒤로는 밀어내기를 하는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은 고객 편에 서서 고객이 맞이하는 모든 이슈를 나의 일처럼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는 정신, 즉 고객 섬김 1.0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다.
셋째, 신흥국의 외환위기,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소외받은 계층의 아픔이 심화되자 자본주의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피게티(Piketty)가 제기한 부(富)의 불평등 논의가 세계시장에서 뜨거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소외층을 위한 세제개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주의 4.0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역설적이게도 현대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을 1776년 출간된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국부론의 골자는 모든 사람이 자유의지로 경제활동에 종사하면 개인의 이기적인 동기에 의한 분업이 나라 전체의 경제적 부의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의지'로 경제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사람이 부여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되, 경제활동의 결과에서 빚어진 불평등은 수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의식주와 의료 및 기초교육 등 기본 수요의 충족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존속가능성을 둘러싼 거대 담론도 자본주의 작동의 기본원리에서 양측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요컨대 스마트폰과 알뜰폰, 정교한 고객관리시스템과 고객중심경영, 자본주의 위기와 아담 스미스 이야기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산업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의 재해와 안전비용, 개발과 환경보호 등 상충되는 이슈들도 기본을 지키는 데에서 답의 9할 이상을 찾을 수 있다. 정교하고 고도화된 것들을 잠시 물리고 '1.0'으로 돌아가면 상대방 입장이 이해되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당면한 여러 가지 갈등도 풀고 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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