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지체장애인 하소연…"인도 다니기 힘들어, 위험한 차도 주행"

입력 2014-10-06 08:58:49

중증장애인 김시형(31) 씨가 1일 달서구 두류동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중증장애인 김시형(31) 씨가 1일 달서구 두류동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장애인은 인도와 횡단보도로 다니기도 어렵다. 인도에는 간판 등 각종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고, 대구 도심 교차로에는 횡단보도가 부족하다. 장애인들이 보행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의 반응은 느리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이모(48) 씨는 주말 오후면 대구도시철도 명덕역 인근 집에서 동성로까지 왕복하는 일이 잦다. 반월당네거리에 횡단보도가 없다 보니 반월당역 23번 출구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도로 내려간 다음, 맞은편 삼성빌딩으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그렇게 300m 거리의 교차로를 약 15분 걸려 건넌 뒤 도로를 역주행하는데, 바로 옆을 지나는 버스나 오토바이에 놀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씨가 굳이 도로로 다니는 이유는 광고용 배너와 가판 등을 피해야 하는 인도보다 매끄럽게 포장된 도로가 더 편해서다.

그는 "비장애인은 두 다리로 재빨리 피해 다닐 수 있지만, 장애인은 길 위에 놓인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한다. 불편한 인도 대신 사고 위험이 있어도 도로로 다니겠다는 지체'시각장애인이 많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횡단보도를 찾지 못해 아예 외출을 꺼린다. 횡단보도가 있더라도 신호 변화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음향신호기가 달린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 4천500곳이 넘는 횡단보도 중 30%도 되지 않는 1천216곳에만 음향신호기가 달렸다. 또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파손된 곳이 많아 장애물에 부딪히고 넘어지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횡단보도가 없는 교차로에선 통행에 큰 불편을 겪는다. 특히 반월당네거리와 봉산육거리, 동산네거리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없어 먼 길을 둘러가거나 힘을 들여 지하도까지 내려가야 하는 실정이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평소 차가 멈추는 소리를 듣고 길을 건너다 신호를 착각해 차에 치일 뻔 하는 시각장애인이 있고, 보행자 신호가 녹색인데도 횡단보도로 차가 들어서는 바람에 전동휠체어가 차에 부딪혀 다치는 지체장애인도 많다"며 "장애인 보행권 확보를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대구시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봉산육거리와 반월당네거리 등 교통약자 통행량이 많은 곳부터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보행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보행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도로 시설물을 정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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