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은 가을 하늘이 깨질 듯 파랗다. 새날이 들려주는 오늘 교훈은 성경 속의 나무이야기다.
나무들이 자기들의 왕을 뽑기 위해 나섰다. 가장 좋은 기름을 가지고 있는 올리브 나무를 찾아가 저들의 왕이 되어 달라 부탁한다. '남을 이롭게 해줄 나의 값지고 소중한 기름을 버리고 어찌 너희들을 위해 왕이 되겠느냐'고 올리브 나무가 왕이 되기를 거절한다. 나무들이 무화과나무를 찾아가서 저들의 왕이 되어 달라 부탁한다. '남을 이롭게 해줄 달콤하고 아름다운 나의 실과를 버리고 어찌 너희들을 위해 왕이 되겠느냐'고 무화과나무도 왕이 되기를 거절한다. 나무들이 포도나무를 찾아가서 저들의 왕이 되어 달라 부탁한다. '남의 기쁨이 되어줄 향기롭고 감미로운 나의 새 술을 버리고 어찌 너희들을 위해 왕이 되겠느냐'고 포도나무도 왕이 되기를 거절한다. 나무들이 가시나무를 찾아가서 저들의 왕이 되어 달라 부탁한다. 가시나무는 쾌히 승낙한다. '내가 너희들의 왕이 되겠으니 나를 축복해 달라'한다.
왕이 된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명한다. '모두 나의 그늘에 와서 앉아라'고, 가시나무를 왕으로 삼은 나무들은 저들이 섬기는 왕의 가시에 찔리며 목마르게 살아가다가 언젠가는 가시나무와 함께 베어져 불태워지고 만다. 왕이 되기를 거절한 나무들은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상실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한 고마운 이들의 이로움을 위하여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대대손손 귀함을 받고 철 따라 풍성한 세상까지 만들어간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지구라는 가장 아름다운 행성에서 가장 소중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누구인지? 누구를 위한 위정자들인지?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들의 야무진 단합을 보니 뉴스 속의 위정자들이 더욱 짜증스럽다. 그들은 착하고 부지런한 우리들을 일일이 찾아와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한 훌륭한 왕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낮은 자세와 철석같은 언약을 믿고 백성들은 그들을 왕으로 뽑았고 그 그늘에 앉았다. 그런데 그들 속에는 나라와 백성이 없다. 서로를 찔러대는 가시가 있을 뿐 귀하고 귀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깡그리 망각하고 있다. 그 따가운 그늘에 앉아서도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정직하고 부지런한 백성들은 심히 목마르다. '쥐 떼나 좀 벌레 같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싸우려면 당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 나라와 백성들을 위하여 피 터지게 싸워라'라는 백성들 아우성에 귀를 열고 부디 착한 백성들의 피땀으로 아까운 세월만 탱가탱가 낭비하고 있지 말기를 감히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시인 장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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