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계획서를 의결했다. 올해 국감 대상 기관은 672곳으로 사상 최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밀려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올해 국정감사는 의사일정을 의결한 날(지난달 30일)부터 시작(7일)까지 준비기간이 단 6일이다. 준비기간은 짧은데 피감기관은 최대이니 역대 최악의 부실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벼락치기 국감 잘 될까?
국회는 국정감사 내실화와 예산심사 기능을 강화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면서 지난 6월 분리 국감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감을 상'하반기로 분리해 6월과 9월, 각 2회 국감을 하기로 잠정합의했다. 그러나 후반기 상임위 조정 문제로 6월 국감에 차질이 생겼고, 8월 말과 10월 두 차례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세월호 특별법 쟁점에 묻혀 지난달 30일에야 국감일정을 합의했다.
올해 국감은 이달 7일부터 27일까지다. 세월호 특별법 최종 합의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야당이 제안한 마지노선 격이던 13일 국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실은 13일 이전 정해놨던 지역구 일정 등 국회의원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감 일정을 논의하고자 1일 열렸던 일부 상임위에서는 이 같은 얘기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벼락치기로 국감을 준비해야 하는 탓에 국회가 더욱 분주해졌다. 국감은 흔히 '야당의 무대'로 불리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장외투쟁과 당 지도부 갈등으로 내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탓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공격수' 역할을 했던 의원실은 뒤늦은 국감 준비로 애를 먹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가 시간에 쫓겨 무더기로 증인을 선정'채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아이템을 정하고 요구한 자료를 받아서 검증하는데만 며칠이 걸린다. 자료 해석을 거쳐 필요한 증인을 부르고 질의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타깃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역대 최대 국감이란 타이틀에 맞게 증인'참고인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증인'참고인에 대한 소환 여부도 관심사다.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정부 국책사업이었던 4대 강 사업 관련 인사들도 줄소환 대상이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과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 외에 강물 수질조사를 위해 개발했으나 무더기 불량품 판정을 받은 로봇물고기 사업과 관련해서도 증인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200여 명이었던 기업인은 올해도 무더기 소환이 예정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55명의 증인과 27명의 참고인을 채택했다. 하지만 분리 국감 무산 등으로 일정이 꼬인데다 기업활동의 비효율'외국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증인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지금부터!
올해 국감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세월호'다. 참사 발생 원인과 정부의 부실 대처 등에 대해 야당의 맹공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해양수산부 등 해양 관련 기관들이 감사대상이다. 세월호 안전검사를 맡았던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집중포화 대상이다. 공단은 최근 전남 홍도 해상 인근에서 좌초한 유람선 바캉스호의 검사기관이기도 하다. 쌀 관세화, 한'중FTA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안전행정위는 '폭탄' 상임위로 꼽힌다. 최근 대형 이슈들이 모두 얽힌 곳이다. '서민증세' 논란, 공무원 연금개혁, 정부조직 개편,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국고보조금 비율 조정, 주민등록 폐지 등이 논의 과제로 떠올라 가장 '뜨거운' 상임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소방방재청 기능을 흡수해 재난안전시스템을 총괄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기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안행부로 주도권을 돌린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는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정부가 담뱃세'자동차세'주민세 인상안을 밝히면서 '서민증세'로 불이 붙은 만큼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불가피하다.
증세 논란은 기재위에서도 재점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세수증가를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배당 주식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는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지적해 '서민증세'부자감세' 주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 국방위에서는 '윤 일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군대 내 인권문제'가혹행위 등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미방위에서는 시행과 동시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이, 국토교통위에서는 재건축 연한 완화를 골자로 한 9'1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싱크홀 원인 등 사회적 이슈가 다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리기사 폭행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안행위 소속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의 국감참여 문제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딸을 부정 임용한 의혹을 산 수원대 총장의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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