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인생의 맛

입력 2014-10-04 07:14:12

인생의 맛 / 앙투안 콩파뇽 지음 / 장소미 옮김 / 책세상 펴냄

"경험을 해보고 시련을 겪어보아야만 비로소 몽테뉴의 지혜와 위대함을 존중할 수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이다. 믿음과 이상을 향해 내달리는 젊은 시절에는 몽테뉴의 '온화하고 잘 조율된 지혜'가 '너무 일찍 나타난 지혜'로 보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몽테뉴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지방 법관과 시장직을 지내다가 공적 삶의 무대에서 물러나 은거하면서 한 권을 남겼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위기의 순간에 몽테뉴만큼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강타하는 작가는 없다.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삶의 고귀함이 저 먼 천상이 아닌 구질구질한 지상에 발 디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몽테뉴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입맛을 돋워주는 식전주(아페리티프)와도 같다. 2012년 여름 프랑스의 국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방송된 이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이 책은, 몽테뉴의 사상을 짧지만 밀도 높게 소개하는 40개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석학으로, 방송은 큰 흥행을 거뒀고, 방송을 토대로 다시 집필해 이듬해 출간된 은 그해 여름에만 15만 부를 넘기면서 프랑스 서점가에 몽테뉴 돌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몽테뉴의 삶과 사상을 단순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행간이 깊고 긴 여운을 주는 콩파뇽의 글은 경쾌하고 우아하게 독자를 몽테뉴와의 산책으로 이끈다. 글을 읽다 보면 몽테뉴라는 거인의 윤곽이 잡히면서 인생을 어떻게 음미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야 할 지 그의 철학에 천천히 스미듯 감화될 것이다. 192쪽, 1만3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