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배 교수는 올해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Riccardo Zandonai) 국제 성악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국제 상위 콩쿠르인 이곳에 한국인 최초로 하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됐고, 테너 부문 심사를 혼자 도맡아 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성악의 위상도 올라갔다. 그는 "테너는 이탈리아의 자존심인데 동양인 테너가 이 심사를 맡게 됐으니 이탈리아에서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번에는 실력을 갖춘 한국인 테너들이 불리한 대접을 받지 않았고, 한국인 테너가 두 명이나 입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탈리아어는 현지인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수준급이다. 콩쿠르에서도 "이탈리아 참가자들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인 테너에게 발음 지적을 받으니 아이러니하다"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는 밀라노 유학 시절 아파트 수위 아저씨와 수다를 떨며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매일 과외비 대신 카푸치노 한 잔을 대접했다.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도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니까 친구들이 '촌놈'이라고 놀렸어요. 유학 와서 세련된 이탈리아어 표준어를 구사하는 게 목표였고, 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위 아저씨와 함께 그날 신문 기사와 예쁜 여자를 주제로 대화했어요. 하하."
그러던 어느 날 수위 아저씨가 한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에 "우리 아파트에 이탈리아어를 아주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웃긴 한국인이 산다"고 제보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하 교수는 "이 연락을 받고 PD가 프로그램에 나와 달라고 한 달간 찾아와서 부탁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절했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성악으로 성공하고 싶었지 한국인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때 그 프로그램에 나갔으면 한국어를 잘하는 호주 사람 '샘 해밍턴'처럼 지금쯤 이탈리아에서 코미디언으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며 껄껄 웃었다.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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