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채근담(菜根談)…유·불·선 아우르며 논하는 '처세의 지혜'

입력 2014-10-04 07:16:28

중국 명나라 말기 홍자성이 지은 잠언집이다.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펴낸 책으로, 처세에 도움이 된다.

'채근'이란 무와 같은 뿌리식물을 말하는데, '채식'을 상징한다. '소학'의 내용 중 '사람이 채식을 할 수 있으면 모든 일을 성취시킬 수 있다'는 데서 따왔다. 1644년에 만들어졌고, 모두 2권이다. 전집은 벼슬하여 사람들과 교제하며 직무를 잘 처리하고 임기응변하는 사관보신(仕官保身)의 일을 말하고, 후집은 은퇴 후의 한거(閑居)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청나라 때의 '속채근담'과 '오가채근담' 등에 영향을 끼쳤지만, 중국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학자나 사상가들에게는 거의 평가받지 못했고, 상인이나 정치가들이 주로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어떤 깊은 사상을 논하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처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유교뿐만 아니라 노장사상이나 불교까지 종합해 처세의 지혜를 논하고 있는 것도 생활인이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언 몇 조목을 들어본다.

▷권세나 명예, 이익을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을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 훌륭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인격자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악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 훌륭한 인격자다.

▷양념을 많이 한 요리에는 진정한 맛이 없다. 진짜 맛은 담백한 것이다. 두드러져 보이는 사람은 인격자라고 할 수 없다. 인격자는 결코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남에게 도움을 준 일은 빨리 잊어라.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준 일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남에게 은혜를 입은 일은 결코 잊지 말라. 남에게 피해를 입은 일은 빨리 잊어라.

▷고생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성취감을 누리는 순간 슬픔과 고뇌의 싹이 돋는다.

▷나쁜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이 모르기를 바라는 것은 그 마음속에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 마음속에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남들끼리보다는 가까운 사람끼리 더욱 서로를 미워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이렇게 미묘해서 무슨 일을 하든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깨달음이란 욕망과 인연을 모두 끊고 마음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뇌의 끝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조용한 평정은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조용한 마음을 얻는 것이고, 진정한 즐거움은 괴로움 속에 있으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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