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생각하다] 외래어 IT용어 우리말로 바꿔보니…

입력 2014-10-04 07:40:33

1990년대 말 PC통신 시절, '전산용어 한글화 운동'이라는 캠페인이 있었다. 컴퓨터가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이다 보니 관련용어도 다 외국어였는데 이를 번역해서 쓰자는 움직임이었다. 정보기술(IT) 수준이 점점 발전하면서 한글로 개념을 설명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고, 지금은 국립국어원에서 한글로 순화한 용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많은 IT 용어들이 한글로 번역된 순화어를 갖고 있지만 이를 찾아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순수 우리말로 무엇이라고 할까요?"라고 물어봤다. 질문에 응한 사람들에게서는 납작전화, 똑똑한소리통, 만능전화 등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졌다. 사람들에게 IT 관련 용어 중 외래어 단어가 한국어로 순화된 표현들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쓰는 외래어가 우리말로 바뀐 것들을 보고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의 순화어가 똑똑전화라는 말에 장예나(25) 씨는 "우리말로 바뀐 게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 이해가 더 쉬워진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진아(29) 씨는 "원래 '베타버전'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고 있었는데 '시험판'이라고 하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김수아(25) 씨는 "스트리밍이라고 하면 뭔가 기술적으로 느껴져서 와 닿지 않았는데 '바로재생'이라고 하니 의미가 한번에 이해된다"고 말했다.

반면 순화어로 바뀐 말이 더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응용무른모(애플리케이션), 근거리무선망(와이파이), 풀그림(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는 외래어들인데 우리말로 바뀌니 길이도 길어지고 뜻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동하(30) 씨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쓰이는 단어들도 많은데 억지로 한글화한 것 같아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승모(25) 씨는 "요즘 흔히 말하는 '보그체'(패션잡지 등에서 불필요하게 외래어를 남발하는 문장투)처럼 외래어를 쓴다면 문제지만 순화어가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단어를 하나씩 바꾸는 것보다 우리말 문장을 다듬는 방식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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