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풍년이라 들었는데…값은 왜 이리 비싼교?

입력 2014-10-02 10:44:22

영덕군 산림조합 송이공판장에서 송이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영덕군 제공
영덕군 산림조합 송이공판장에서 송이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영덕군 제공

◇영덕 "1,2 등급은 거의 없어요"

"송이 많이 난다던데 왜 이리 비싸지?" 이례적으로 8월 말 출하로 풍작이 예상됐던 송이 상품(上品) 생산량이 추석 이후 급격히 줄었다. 이 때문에 산림조합 공판가 기준 1등급 1㎏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던 송이가격이 4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고, 봉화에선 55만원을 웃돈다. 당분간 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송이 맛보기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전국 최대 송이 생산지로 알려진 영덕에선 추석 전 이른바 '여름 송이'의 대량 출하에 힘입어 산림조합 공판 물량이 9월 말까지 28t에 이르렀다. 지난해 공판물량 17.2t을 넘어선 지 오래다. 아직도 매일 200㎏ 내외의 송이가 산림조합 공판장에 출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 2주 새 1등급 송이의 물량이 하루 평균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들이 10상자뿐이라는 말이다. 1등급이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생산과 가격 전망에 대해 생산자들 사이에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이제 올 가을 송이는 없다'는 비관론과 '아직 한 번의 대량 생산이 남아있다'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영덕군 지품면에서 송이 채취업을 하는 이진석(67) 씨는 "올해 높은 산 쪽에선 송이가 많이 난데 비해 낮은 산에서는 생산량이 적었다. 이 때문에 올해 대풍을 예상하고 수억원을 주고 송이산 채취권을 계약한 한 채취업자가 낭패를 봤다는 말도 들린다. 계약한 산에서는 송이가 많이 나지 않아 이자도 못 내게 생겼다는 것이다. 10월 송이 전망도 크게 밝지 않다"고 했다.

영덕군과 영덕군산림조합은 추석 이후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근 봉화와 울진의 송이축제가 겹치면서 영덕 송이가 대량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생산지인 영덕지역에서도 송이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그만큼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내린 비와 이번 달 기온이 맞아떨어지면 가을 송이 출하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40년 송이 채취경력의 최태규(62'영덕군 남정면) 씨는 "비 내린 지 며칠 지났으니 한 번 산을 둘러보면 가을 송이 출하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자 형성만 잘 된다면 500m 이상 높은 산에서 가을 송이 러시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영덕의 고깃집들은 이래저래 즐겁다. 가격이 높으면 등급이 좀 낮은 것으로, 가격이 낮으면 등급을 높여서 송이의 맛을 즐기는 마니아층은 꾸준하기 때문이다.

영덕읍 아성식당 정순란(56) 씨는 "송이 계절이면 단체회식이 많다. 직접 송이를 사서 와 손질해 달라는 손님들도 있고, 송이 불고기 요리를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보다 송이가 일찍 생산됐는데, 10월에도 송이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울진 "송이 축제 남았잖아요"

"출하량은 많은데 가격이 워낙 높아 말 그대로 '금(金)송이'입니다."

1일 울진군산림조합의 송이 1㎏당 입찰가는 1등급이 49만원, 2등급 40만원, 3등급 24만원, 등외 17만원 등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예년보다 20일 이른 9월 2일 첫 입찰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울진송이 1등급은 평균 45만원 선을 유지하며 도무지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울진군산림조합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9월 30일까지 송이 640㎏이 출하돼 1등급은 평균 46만원, 2등급은 38만원 선에서 입찰가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는 9월 30일 현재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1천300㎏이 출하됐으나 가격은 도리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출하 물량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는 송이 시장의 일반적인 현상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울진군산림조합 남동준 지도협업과장은 "출하 물량은 많지만 계속된 고온으로 생산되는 송이 상태가 대체적으로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예년보다 고품질의 1등급과 2등급 물량이 많이 줄었다. 이 때문에 가격이 폭등한 것"이라며 "봉화송이축제, 강원도 양양송이축제(1~5일), 울진송이축제(3~5일) 등 송이축제 때 매출이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다"고 했다.

송이 중간도매상들도 높은 가격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18년째 송이 도매상을 하는 울진읍 보경상사 남승섭(48) 대표는 "송이가 단단해야 품질을 인정받지만 고온 탓에 올해는 일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그러나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해 판매가 저조하다"고 했다.

남 대표는 대책으로 미국산 송이를 수입해 시판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시장의 내수경기 활성화로 중국산 송이는 전혀 수입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생산된 송이 186㎏을 수입, 국산 송이 가격의 40% 선인 1㎏에 20만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대표는 지난해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100만달러 상당의 울진 송이를 수출했으나 올해는 품질저하로 지난해 수출 물량의 30% 선에 그쳤다.

생산자들은 높은 가격 덕분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1일 산림조합에 송이를 납품한 울진읍 신림리 전은택(47) 씨는 "올해는 송이값이 좋아 두 달간 1천만원의 소득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고, 평해읍 오곡2리 송이 생산농 이점선(57) 씨는 "값이 좋아서 절로 힘이 난다"고 했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봉화 "추석 이후 생산량 확 줄어"

올해 대풍을 기대했던 송이 생산량이 늦더위와 가뭄으로 급감하면서 생산 농민들은 물론 중간 상인, 소비자들까지 송이 구경조차 힘들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봉화지역의 경우 9월 초순만 해도 작황이 좋아 추석 전후로 수매가 기준 최상품이 20만원대를 유지해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송이 풍작을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추석 이후 지속되는 가뭄과 고온 탓에 송이 생산 환경이 나빠지면서 포자가 말라 들어가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지난달 27~30일 열린 봉화송이축제는 '송이 없는 송이축제'로 전락했다. 그나마 상가에 나온 송이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입조차 힘들 정도였다. 자체 송이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어지자 상당수 송이상인은 영덕'울진'포항'영주 등 도내 송이생산지에서 수집한 송이를 공수해와 판매하는 해프닝까지 빚었다.

올 들어 봉화군산림조합이 수매한 물량은 1일 현재 고작 1.4t이다. 수매금액은 1억8천746만여원으로 지난해 송이 생산량 1.6t에 수매금액 3억8천816만여원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달 30일 봉화산림조합 공판에 나온 송이는 모두 13㎏로 1㎏당 가격은 1등급 55만5천원, 2등급 46만6천원, 3등급 32만3천원, 4등급 27만7천원, 등외품 18만1천100원을 형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송이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상인들은 텅빈 가게만 바라보고 있다. 생산농민들은 투자 금액도 못 건질 판이라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송이 판매상 설성욱(48) 씨는 "송이 풍작을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가 올해 송이장사는 망첬다"며 "흉작이 아니라 아예 송이 구경도 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숨지었다.

36㏊의 산에서 송이를 생산하는 박옥(66) 씨는 "지난해 흉작은 흉작도 아니다. 올해는 지난해 생산량과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친다"며 "7일 전 온 태풍으로 100㎜ 정도 비가 내려 아직 송이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송이가 나온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했다.

현재 춘양면'소천면 등 봉화 북부 쪽 야산에서 송이가 올라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송이 생산농 김무식(56) 씨는 "지난 태풍 때 비가 많이 내려 다시 송이가 올라온다. 기온이 올라가지만 않는다면 가을 송이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봉화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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