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24시 현장기록 119]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불 터는 건 위험해요!

입력 2014-10-02 07:56:41

겨울이 다가오던 지난해 11월 어느 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사이렌이 울리고 '아파트 창문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입니다. ○○구조대 출동하세요!'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첫 출동 지령은 신고사항만 전달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신고자에게 확인을 해봐야 한다. 출동을 나가면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신고자와 통화를 해보니 아파트 발코니 창문에 사람이 떨어져 다리가 끼여 있다는 신고였다. 굉장히 급박한 상황이다.

게다가 출동해야 할 지역은 남구 이천동. 관할 중에서 구조대와의 거리가 먼 곳이다. 우리는 사이렌 볼륨을 높이고 현장을 향해 한적한 도로를 빠르게 구조대 차를 몰았다. 출동하는 도중에 팀장님과 대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조를 할지 상의했다. 1개조는 에어 매트 설치, 1개조는 레펠 진입, 나머지 1개조는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는 층에서 구조 준비 상태로 대기, 이렇게 3개조로 나누어 행동하기로 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센터대원들이 위치를 설명했다. 계획한 대로 3개조로 나누어진 구조대는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1개조는 에어 매트를 설치하기 위해 동력톱으로 화단의 나무를 절단하고 센터 대원들과 에어 매트를 설치했다. 레펠 진입조는 요구조자가 있는 층 바로 위층으로 가 로프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한 층 더 올라갔다. 대기조는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는 층에서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고 레펠 진입조에 무전으로 알려 줬다. 상태를 확인해 보니 매달려 있는 사람은 할머니였다. 또 창문과 난간 사이에 다리가 끼여 매달려 있는 상황으로 할머니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창문에 충격이 있을 경우 떨어질 수도 있어 굉장히 위험했다.

"할머니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할머니에게 주의를 시키고, 레펠 진입조를 기다렸다. 레펠을 타고 대원이 내려왔다. 혹시 떨어지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 처음에는 약간 떨어져서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개인로프로 할머니의 몸을 감아 대원의 몸에 묶고 또 하나를 더 묶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창문 안쪽에서는 로프를 묶는 작업이 완료되고 'OK' 사인이 떨어지면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뜯어 할머니와 레펠대원을 안으로 당기겠다는 의견을 서로 교환했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창 안 내부는 고요했다. 나는 내부 대기조로, 창 밖에서 작업하는 것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할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원했다. 다른 대원이 옆 창문으로 작업 진행 여부를 설명해줬다.

"결속 완료!"

옆의 창문으로 지켜보던 대원이 외쳤다. 'OK' 사인이 떨어지자 창문을 신속히 열고 방충망을 찢어 레펠대원과 요구조자를 함께 힘껏 끌어당겼다. 요구조자와 레펠대원이 창문을 넘어 내부로 들어왔다. 결속된 개인로프를 풀고 할머니를 방에 눕게 했다. 한 대원은 다리 및 다른 곳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는 의식확인을 했다.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할머니, 집이 몇 층이에요?"

"아들 불러줘…"

"집에 사람이 있어요?"

"아들 있어, 아들 불러줘!"

레펠대원이 위층 창문이 열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경찰에게 다시 위층 확인을 부탁하고 할머니는 구급대원에게 인계했다. 나오는 길에 아들이라는 사람이 내려왔다. 자다 깬 모습이었다. 그래서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들이라는 분의 놀란 목소리가 현관문 밖으로 들려왔다. 아들 자신도 얼마나 놀랐을까.

장비를 철수하면서 할머니가 난간 밖으로 떨어지게 된 저간의 상황을 전해들었다. 할머니가 매달려 있던 층에 사시는 분이 갑자기 '쿵!' 소리가 베란다에서 들려 확인해 봤더니 사람이 매달려 있더라는 것이다.

그분은 매우 놀라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발코니 창문 난간이 매우 낮은데 거기서 이불을 털다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떨어지면서 한 바퀴 돌아 다리가 난간과 창문 사이에 들어가 걸렸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게 가슴 졸였던 상황이 종료되고 가슴 뿌듯하게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밤중에, 그것도 난간이 낮은 발코니에서 이불을 털던 할머니는 자칫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발코니에서 이불을 털 때는 난간 밖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내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무게 중심을 잃고 밖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정말 크다. 게다가 무거운 이불 때문에 다른 사고도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불을 털 때는 공간이 좁은 발코니보다는 밖에서 터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