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튜디오 3인의 꿈과 도전

입력 2014-10-01 09:58:19

대구의 신진디자이너들은
대구의 신진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힘들지만 자신의 옷을 보는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김용신(이즈모), 신정경(벨메종), 박승민(북온더파크) 디자이너.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디자인은 '좋다, 싫다'는 개인적인 선호가 있지만 '잘했다, 못했다'는 반응은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니아를 형성하는 '디자이너'의 화려함을 쫓는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열어야 한다. 젊은 패기로 디자이너의 길에 뛰어든 신진디자이너를 만났다. 이들은 디자이너를 예술과 상업을 이어주는 '중간자'라고 표현한다.

◆디자이너의 꿈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센터. 김용신(34'이즈모), 신정경(33'벨메종), 박승민(28'북온더파크) 세 디자이너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CMA글로벌'이라는 회사에서 전략사업개발팀장을 맡은 김 씨는 깔끔한 셔츠에 넥타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여성복을 디자인하는 신 씨는 172cm의 훤칠한 키에 어울리는 롱 재킷과 모자로 '디자이너 스럽다'는 느낌을 전했다. 가장 젊은 박 씨는 위아래 모두 검정색 차림이었다. 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모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이라 했다.

이들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튜디오' 졸업자 및 입주자다. 1기로 먼저 입주했던 김 씨는 올 2월 이곳을 졸업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고 4월 CMA글로벌과 회사를 합병했다. 신 씨와 박 씨는 이번에 입주한 '신진 디자이너'다. 둘은 각자 사업을 하는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이곳에 지원, 입주했다.

디자이너가 각각 개성이 강하듯 세 디자이너가 자신의 길을 선택한 이유도 달랐다. "'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을까'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 씨는 "그래서 꼭 죽기 전에 '천국의 옷'이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정했다. 그는 "의류학과를 간 이유가 옷 살 돈이 없어서였다"며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김 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디자이너'를 선택했다.

"삼촌이 조각가였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던 제가 삼촌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디자이너의 행복

이들은 디자이너의 삶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학생으로, 인턴으로 일하면서 겪은 고생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신 씨는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물가가 너무 비싸서 끼니 때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중고 재봉틀을 구입해 수선을 현지의 절반가격에 해주기도하고 파마값 대신 옷 수선을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기 쉽지는 않다"며 "밤을 새워가며 작업할 때도 있고 영감이 안 떠오르면 고민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만큼 힘들지만 지금의 길을 걷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로서의 행복이 있어서다. 김 씨는 "직장인으로 생활할 때 갑작스럽게 매출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울증에 불면증도 생겼고 탈모도 겪었다"며 "디자이너로 사는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치료됐다"고 말했다.

1인 기업으로 자신이 디자인에서부터 재료구입, 생산 주문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박 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일할 때에는 몸이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죠. 지금 디자이너일을 하면서는 몸이 힘들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이들은 디자이너로서의 꿈도 남다르다. 신 씨는 '사회공헌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한다. 박 씨는 당장의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는 "가게, 작업실, 카페를 갖춘 건물을 하나 가지는 것이 꿈이다"며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디자이너 출신 중견기업 CEO'가 최종 목표다. 그는 "디자이너로 살면서 1인 기업도 해보고, 회사에 들어와 업무도 해보니 디자이너일을 하면서 배우고 접했던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내 사업을 한다면 대기업까지는 키우기 어렵겠지만 멋진 중견기업으로는 만들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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