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공자학원

입력 2014-09-30 10:57:10

공자의 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유교는 중국 한 무제(武帝) 때에 국교(國敎)로 채택됐다. 이후 중국에서 왕조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유교는 다소간의 부침(浮沈)은 있어도 언제나 새 왕조에 의해 그 절대적인 지위를 보증받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유교가 봉건적 통치질서의 정당화에 필요한 철학적 근거를 제공해주는 도덕체계라는 점에 있다.

그 도덕체계를 일본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복종을 모든 인륜의 기본에 두고,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과 같은 특수한 인간관계를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에 대비시키고 위아래와 존귀하고 비천함과 결합시켜 그 엄중한 구별을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도덕체계에서는 대등한 인간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있다면 친구사이의 관계뿐이며 친구가 아닌 일반 사람들 사이의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일본 메이지 시대의 보수적 유학자인 니시무라 시케키(西村茂樹)는 이렇게 해설한다. "유교의 도는 윗사람에서 유리하고 아랫사람에게 불리하며, 윗사람에게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것 같으며, 아랫사람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것 같다."

일본 도쿠가와(德川) 시대에 주자학이 강력한 사회윤리로 자리 잡았던 것은 유교 도덕의 이런 특성에 기인한다. 도쿠가와는 칼로 일본 열도를 평정했지만 이후 필요한 것은 칼이 아니라 새로 성립된 지배질서를 떠받쳐주는 객관적인 윤리였다. 수직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도덕은 그런 요구에 부합했던 것이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확산시켜 온 공자(孔子)학원이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에 이어 미국의 시카고대학에서도 퇴출됐다. 이유는 공자학원이 중국정부의 선전수단으로, 학문적 자유를 짓밟고 있다는 미국 교수들의 항의이다. 실제로 공자학원에서는 대만, 티베트 등 중국정부가 금기시하고 있는 문제는 절대로 토론주제가 될 수 없으며 교사와 강사, 예산 배정도 중국정부가 결정한다고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수직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유학이 서구의 근본 가치인 자유'평등과 충돌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래서 공자학원 퇴출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자사상 전파에 급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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