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의료원의 역사는 4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태는 197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한방병원인 제한한방병원이었다. 제한한방병원은 설립 이후 10년 넘게 병원급 한방의료기관으로 운영되다 1980년 대구한의대가 문을 열면서 3년 뒤인 1983년 부속 한방병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의료원 체제가 도입된 건 1991년이다.
대구한의대의료원은 그동안 한의학의 세계화를 선도할 전문 의료인을 양성하고 지역민들에겐 특성화된 한방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의료원 산하에는 대구경북 주민들의 한방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부속 대구한방병원과 부속 포항한방병원이 개설돼 있으며 시립 문경요양병원을 운영 중이다. 또한 한방 의료가 낯선 외국인들에게 한방의료체험센터를 통해 한의학 우수성을 알리고, 학술경험과 연구성과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화된 특성화센터 각광
대구한의대의료원 부속 대구한방병원은 일반적인 한방 진료과가 아닌 특성화된 센터 체제가 특징이다. 대구한방병원에는 한방 8개 센터, 양방 1개 센터 등 9개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척추관절센터와 중풍센터, 한방암센터의 경우 한방과 양방 교수진이 긴밀하게 협진하며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방척추관절센터는 척추 및 관절 질환과 골절, 수술 후 재활, 교통사고 질환 등을 비수술적 치료법을 사용해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침과 한약 등 전통적인 한방치료와 함께 단계에 따른 한의학적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 침과 한약으로 근육과 인대, 뼈의 기혈을 순환시켜 보강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봉독(벌독)을 이용하는 봉약침 요법을 시술한다. 틀어진 골격을 교정하는 추나 및 공간척추교정법과 근육에 실을 삽입해 강화시키는 매선요법 등 새로운 치료기술도 병행한다.
한방 중풍센터에서는 중풍의 원인과 유발인자, 발병 여부 등을 찾아내 중풍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중풍이 발병하면 약물치료와 함께 한약요법, 침구요법, 전기침 치료, 한방운동요법, 경피전기신경자극치료, 체질요법 등을 병행하는 등 한'양방 협진을 통해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고 만성 후유 장애에서 회복할 수 있는 단계별 치료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한방암센터는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 항암효과를 높이고 전이나 재발을 억제하는 암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방에서 암세포나 암의 원인을 제거하는 '거사법'(祛邪法)과 인체가 스스로 암과 싸우도록 정기를 보강하는 '부정법'(扶正法)을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대구 의료관광선도
대구시 의료관광의 선도의료기관인 대구한방병원의 한방의료체험센터는 한방 진료가 낯선 외국인들을 위해 진료 위주의 프로그램 대신 재미있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체험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의료관광으로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쉽고 간단한 설문지를 이용해 사상체질을 진단하고 체질에 따른 생활방법을 상담해준다. 사상체질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나누고 체질별로 외모와 성격, 생활 습관이 다른 점을 고려해 적합한 음식과 한약을 통해 질병과 발병의 근본 원인을 동시에 치료하는 점이 특징이다. 예방의학과 치료의학이 혼합된 의학인 셈이다.
한방성형피부비만센터에서는 한'양방 진단기기를 이용해 체질을 진단하고 차별화된 개인별 치료프로그램을 통해 한방 미용 치료를 한다. 외과적 수술 없이 미소 안면 침과 한방약실, 고주파 치료, 광선 치료 등을 활용해 성형 및 피부 미용을 시술하고 비감환과 지방분해 침을 이용, 비만 치료를 하고 있다.
한방의료체험센터에서는 약선식당도 즐길 수 있다. '약선'(藥膳)식은 동양의학의 기초이론을 바탕으로 식품을 처방의 원리에 맞도록 배합한 식사 요법이다. 식품학과 조리학, 영양학, 식사요법 등 관련 지식을 조화롭게 활용,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돕는다. 또한 체질 전문의가 개개인의 특성을 판별한 후 약재 및 식품재료를 선별하는 체질 약선식도 시행 중이다.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食藥同源)라는 말처럼 약선식은 음식의 효과를 극대화해 질병예방과 해독작용, 건강증진은 물론, 치료 보조 역할까지 한다.
◆한방산업의 과학화 앞장
대구한의대의료원은 한방임상시험센터를 통해 한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정립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한방 치료기술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방신약 개발 등을 목표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기타 의료소모품과 각종 의료 기술의 안정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방임상시험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및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새로운 의료 관련 산업 개발을 촉진하고 국제적 수준의 윤리적, 과학적 체계에 근거한 임상 연구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임상시험심사위원회도 설립됐다. 대구한방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는 제12차 아시아-태평양 윤리위원회 연합포럼(FERCAP) 총회에서 전국 한방병원 가운데 최초로 생명의학연구윤리분야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FERCAP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포럼이며 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 국가에서 실시하는 임상연구 윤리성 보장을 위해 의학전문가들과 생명윤리학자들이 지난 2000년 설립한 국제연합기구다. 국내에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26개 기관이 FERCAP 인증을 받았을 만큼 엄격한 국제적 기준에 따라 기관 인증을 부여한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는 국내외 전문실사위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으로부터 임상시험위원회(IRB) 활동과 병원 내 규정, 연구과제 심사 과정과 내용, 시설 등 IRB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제기준 적격성 심사를 받았다. 이번 국제인증 획득은 의료원에서 수행 중인 임상연구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윤리적, 과학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변준석 의무부총장은 "FERCAP 국제인증 획득을 계기로 한방 임상시험 연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대구한의대의료원이 세계적인 한방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제공하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한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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