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바버라 게링 씨, 전통혼례로 백년가약

입력 2014-09-29 09:03:12

태극권 익히며 맺은 인연 "우린 천생연분"

태극권을 인연으로 국경을 넘어 사랑을 꽃피웠고 결실까지 맺게 된 이재우 씨와 바버라 게링 씨가 한국 전통혼례를 치른 후 활짝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wt.co.kr
태극권을 인연으로 국경을 넘어 사랑을 꽃피웠고 결실까지 맺게 된 이재우 씨와 바버라 게링 씨가 한국 전통혼례를 치른 후 활짝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wt.co.kr

집례자가 "행~친영~례"(行親迎禮)를 선언하며 혼례 시작을 알리자 사인교를 탄 신랑이 등장했고 이어 "서지~우문외~"(壻至于門外)라고 외치자 신랑이 초례청 문 앞에 섰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고 맑았던 27일 정오 대구향교에서 전통혼례로 백년가약을 맺은 두 주인공은 신랑 이재우(47) 씨와 신부 바버라 게링(Barbara Gehring'42) 씨.

이 백년가약이 남다른 이유는 두 사람 사랑의 매개체가 중국 전통무술 중 하나인 태극권이라는 것과 사랑의 첫 고백은 신부 바버라 씨가, 결혼식은 신랑이 한국 전통혼례로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훤칠한 키에 전통혼례복을 입은 소감을 묻자 바버라 씨는 "조금 어색하다. 친숙하지 않은(not familiar) 옷이지만 색상은 무척 곱다"고 계면쩍게 말한 뒤 "저고리 소매가 손을 덮었다"며 눈을 찡긋거리자 신랑이 옆에서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이 사랑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한 때는 2012년 10월. 스위스 베른에서 고교 체육교사 겸 태극권을 지도하던 바버라 씨가 중국 태극권의 발원지인 허난성(河南省) 천자궈우(陳家溝) 소재 '진가구국제태극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수련하던 이 씨를 본 순간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과 진지한 태도, 열정적인 마음 등 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죠."

이에 바버라 씨는 중국 수련을 마치고 귀국 후에도 사랑의 불꽃이 식을 줄 모르자 같은 해 12월 무작정 이 씨를 보러 대구를 찾았다.(본보 2013년 1월 4일 자 보도)

바버라 씨가 대구에 머문 열흘간의 시간 동안 과묵한 성격의 이 씨도 마침내 '운명이려니' 생각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됐고 둘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시작, 약 2년 만에 전통혼례로 사랑의 결실에 이르게 된 것. 올해로 바버라 씨는 태극권 입문 8년째이며 이 씨는 14년째이다.

이날 신부 측 하객은 단 둘. 바버라 양의 어머니 도리스 게링(Doris Gehring'70) 씨와 어머니의 친구.

첫 한국 방문에 처음 입어본 한복이 마음에 든다는 도리스 씨는 "사위는 말수가 적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딸에게 최고의 남자"라며 '사위 사랑은 장모'임을 국경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증명했으며 특히 "결혼식에 앞서 둘러본 대구는 아름다운 도시이며 고향 베른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척 인상적이다"며 사위의 고향 도시에 대한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태극권이 나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태극권 지도자로서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얻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귀에 걸린 입 꼬리가 내려올 줄 몰랐다.

이에 바버라 양도 "우리 둘은 내성적인 성격이 닮았고 함께 태극권을 수련하는 취향도 같다"며 "이제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태극권을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신혼의 꿈을 밝혔다.

대구향교 추해철(의전부 상무장의) 집례자의 사회로 약 20분간의 전통 혼례를 마친 두 사람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꼭 잡은 두 손을 놓을 줄 몰랐다.

두 사람은 허니문 여행을 중국 '진가구국제태극원'으로 가 그곳에서 일주일간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에 바버라 씨는 태극권 스승으로부터 '배사식'(태극권 고수가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임)을 갖는다.

이어 아직은 중국보다 일본에 관심이 많아 가라데 등에 익숙한 스위스 베른에서 두 사람은 '천타이지(陳太極) Bern'이란 도장을 열고 함께 태극권을 가르칠 예정이다.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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