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넘나드는 이색 개인전…김기용 '스틸-자연과 노닐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붓 대신 용접기를 잡은 작가 김기용 초대전 '스틸-자연과 노닐다'가 10월 12일(일)까지 갤러리 빛과길에서 열린다.
갤러리 빛과길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독특한 조형물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영남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정작 화단으로 나와 작가로 활동할 시기에 붓을 놓았다. 정체성에 대한 갈등 때문이었다. 김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붓을 잡고 화선지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이 나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었고, 가치관 또한 나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렇게 붓을 놓은 뒤 생업을 위해 철공소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도제수업을 거쳐 팀장, 공장장을 거쳐 지금은 자신의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다. 20년 동안 철을 만지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실을 모아 개인전을 갖게 됐다.
김 작가는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의 균형미를 추구한다. 작업의 기본 소재는 자연석이다. 그는 자연석이 가진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용접기로 스테인리스를 녹여 선을 그리며 작품을 완성한다. 쇳가루가 날리고 불꽃이 튀는 철공소 한쪽에서 태어난 작품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특히 스테인리스를 녹여 연결한 자리에 아크릴 들꽃을 연출한 작품은 삶의 질곡을 이겨낸 사람들의 아름다운 생애처럼 다가온다. 장미진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은 자신의 자화상이면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붓 대신 철공작업으로 살려 낸 그의 작품들은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대립적인 것들을 화합과 조화로 조율해내고자 하는 예술혼의 흔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인 '스틸-자연과 노닐다' 외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칡 뿌리를 형상화한 '더렁칡',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의 힘있는 모습을 표현한 '바람' 등 25점이 공개된다. 010-6525-9198.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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