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력 높아도 대출 힘들다면 창조경제 희망 없다

입력 2014-09-24 11:02:41

기술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보유할 경우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은 말뿐 실제 금융권에서 기술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신용등급이 낮아 기술담보가 힘들다거나 기술은 아예 담보 대상이 안 된다는 은행들의 퇴짜에 기업들만 골탕 먹고 있는 현실이다.

은행들이 기술력 높은 기업은 외면하고 담보나 보증, 대출금 떼일 확률이 낮은 고신용 기업에만 대출하는 이 같은 관행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우리 금융권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기술보다는 부동산 담보와 같은 과거 대출 관행에 젖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도 없고, 사업성과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보니 대출금 회수가 용이한 부동산 담보 등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은행 문턱을 좀체 넘을 수 없다면 기업의 성장과 국가'지역경제 발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런 제약 때문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인들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거나 엔젤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세계적인 기술기업이 결코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기술 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페이스북'알리바바 등 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금 때문에 중소기업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기술을 사장시키고 좌초한다면 '창조경제'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기술신용정보가 기업대출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중소기업'벤처기업에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무한정 기술담보 대출을 늘리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있지만 철저한 검증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 담보대출 비율을 정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술력 향상과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기업의 성장은 물론 국가경제력을 높이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금융권도 대출심사 기준이나 관련 규정을 고치는 등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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