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금융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력업종과 정서 그리고 금융제도에 밝은 전문가들이 팀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들이 전문성과 팀워크를 키울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 지역금융기관들이 본업 외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는 않는지 씀씀이를 꼼꼼하게 살펴본다면 단기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장영(59'사진) 금융연수원장은 일본의 '서일본시티은행' 사례가 국내 지방은행들이 활로를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일본시티은행은 현재 일본 규슈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 은행이다. 1944년 서일본은행으로 설립됐으며 2004년 후쿠오카시티은행을 합병하고 서일본시티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북 칠곡군 왜관 출신인 이 원장은 '딸깍발이 2.0'이다. 선비의 기품과 국제금융 전문가의 냉철함을 모두 갖췄다. 이 원장은 광주 이씨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나 유교적 가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 원장은 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통화기금에서 실무를 익힌 뒤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귀국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집안 어른들로부터 인간의 참된 도리를 배웠고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국제금융의 본질을 익혔습니다. 인문학(동양사상)과 전문적인 학문을 두루 경험하는 행운을 누린 셈이지요."
이 원장은 최근 국내 금융환경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동양증권 모기업의 회사채 불완전판매, 신용카드 업계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유출, KB국민은행 해외지점의 횡령사건과 KB금융지주 내부 분란 등 대형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총체적 위기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실패, 금융감독당국의 공적규제 미흡, 시장에 의한 규율 부재가 원인이다. 기본이 지켜지는 문화가 금융권 전반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들이 내부에서 법규준수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고메시지를 무시했고 금융당국은 규제를 풀어주면서 사후검사를 소홀히 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투자자와 주주 등이 금융기관의 경영활동에 대해 조언과 견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업 종사자들과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교육이 전향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먼저 금융업 종사자들이 자신을 고용한 회사가 아니라 상담을 의뢰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등 보다 객관적인 '조언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관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
또 금융소비자들이 최악의 상황만은 모면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 방식이 각종 수수료 면제 등 '가격변수'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중을 비쳤다. 금융업 자체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대구경북이 경제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국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묘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이어 삼성이 주도하는 창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돼 출향인사로서 기대가 큽니다.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있는 만큼 지역의 지도자들이 솔선수범 해야 합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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