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승자의 저주'…주식 '뚝뚝', 외국계도 시큰둥

입력 2014-09-24 10:39:45

한전부지 10조 매입 '과하다' 반응

국내 최고의 금싸라기 땅을 매입한 현대자동차그룹에 '승자의 저주'가 내리는 양상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본사부지(서울 강남구 삼성동) 매입 입찰에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 부은 것이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인 3조3천억원의 3배에 달하는 입찰가격이 과다했다는 시장의 반응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경합에 나섰던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입찰가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룹 내 주요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5조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이후 한전 부지매입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은 현대차(19만8천원→19만1천원), 현대모비스(25만7천원→24만7천원), 기아차(5만4천원→5만3천원) 모두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잇따라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기관 11곳의 현대차 평균 목표가(23일 기준)는 24만8천원이다. 올해 1∼2월(30만5천원)보다 5만7천원(18.7%) 낮아졌다. 외국계 증권사 대부분은 올해 초 현대차의 목표가를 30만원 이상으로 봤지만 이후 서서히 기대치를 낮췄다.

노무라증권은 "자금을 부지 매입이 아닌 연구 개발이나 설비 확장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 결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어려워졌다"며 현대차'현대모비스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CIMB증권 역시 "기부채납과 세금, 개발비, 이자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7~8년간 총 16조~20조원의 자본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새 비즈니스센터 건설을 통해 돌아오는 수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부진하다. '대신GIANT현대차그룹 상장지수형(주식)' 펀드는 월간 수익률이 -6.72%, '미래에셋TIGER현대차그룹+상장지수(주식)'는 -4.68%였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한전 본사 부지 매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한전과 정부로부터는 환영을 받을지 모르지만 시장으로부터는 외면을 받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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