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서 눈 떼고 흥미·적성 활동수업에 쏙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지필고사(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다양한 진로 체험 활동을 하고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는 등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 것은 2016년부터다. 하지만 대구는 내년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다. 대구시교육청이 한 해 먼저 시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학교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시범 운영 중인 학교의 사례를 찾아보고 시교육청의 자유학기제 준비 상황을 살펴봤다. 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학교의 진로 교육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학교가 바뀌다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해도 정규 교과 수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전에는 기본 교과 위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자율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자율 과정을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학생 선택 프로그램 등 4가지 모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구 상인중학교는 이번 2학기 들어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상인중이 선택한 것은 예술'체육 중점 모형이다. 오후가 되면 예술과 체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문 직업인 특강 등 진로 탐색, 직업 현장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정규 교과 수업에도 손을 댔다.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참여할 수 있고 활동 중심인 형태로 수업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교과서도 첫 쪽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핵심 내용 위주로 내용을 재구성,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해나가는 중이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반응은 학생, 교사 모두 긍정적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것을 경험해볼 수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다" "수업이 변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수업이 재미있다" "진도에 쫓겨 바쁘게 수업하는 선생님 대신 여유를 갖고 우리의 행동과 생각 등을 바라봐주는 선생님으로 바뀌어 선생님과의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며 반기고 있다.
교사들은 "준비 과정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만족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교육과정을 핵심 성취 기준 중심으로 재구성해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하는 내용을 활동 중심으로 가르치다 보니 학습 성취율이 더 높아졌다" "아이들의 교우 관계가 더 좋아지고 수업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상인중 박재흥 교장은 "다음 달 직업 체험 현장을 찾기 전 해당 직업에 대한 자료 조사 등 사전 학습을 거치고 현장 체험 후 느낀 점도 정리하도록 해 단순한 견학 행사에 머물지 않게 할 것"이라며 "학교에 활기가 돌고 있는 만큼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동변중과 천내중, 올해는 성곡중과 신암중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정해 자유학기제 적용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중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상인중 등 37개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해보도록 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내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대비해 다양한 세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원스톱 자유학기제 지원단'을 꾸려 직업 체험 인프라 구축과 교육 기부자 확보에 나서는 한편 '자유학기제 가이드북'을 제작해 각 학교에 보급하고 교육과정 전문가와 자유학기제 운영 경험이 있는 학교 담당자를 중심으로 '자유학기제 컨설팅단'을 구성해 관련 연수와 컨설팅에 나설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예산과 교육부로부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특별교부금 등을 더하면 내년 각 학교에 자유학기제 운영 예산을 1천만원 정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모든 학교에서 이 제도가 매끄럽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직업 체험 현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중학교 관계자는 "시교육청에서 많은 기관, 단체,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는 하나 막상 협약을 맺은 곳의 실무자에게 연락해보면 자유학기제 자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협조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등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큰 곳들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모든 중학교 학생들이 체험할 곳을 찾기는 힘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진로'직업 체험장 확보 위해 팔을 걷다
수성구청은 자체 운영하고 있는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각 학교의 진로'직업 체험을 지원하고 이를 점차 체계화하면서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수성구 내 15개 기관과 협력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험 운영하고, 체험을 진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개 기관, 시설, 기업 등을 중심으로 17개교, 3천여 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수성구청은 이러한 성과와 학교'기관의 반응을 토대로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비한 진로'직업 체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수성구 내 23개 중학교, 8천여 명의 자유학기제 대상 학생들이 적어도 1회 이상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청을 비롯해 지역 기관, 시설, 기업들을 최대한 확보해 학교와 연결시켜 준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청은 체험 일터 발굴과 관련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학교와 일터를 연결시키는 전문 인력(진로 코디네이터)과 지원 인력 확보, 현장 체험을 지원할 강사와 봉사자 양성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지원청과 각 중학교와의 소통'협력 관계도 더욱 발전시켜 실질적으로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진로'직업 체험을 도와달라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체험 기관 발굴에서부터 체험 내용을 실질화하는 데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르는 학교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달서구청은 10월부터 달서구 내 7개 자유학기제 희망학교, 1천5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희망학교 학생들은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 시험을 치르지 않는 대신 직업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달서구청은 이들 학교의 직업 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달서구 내 주요 기관과 기업, 시설 등 30여 개 일터를 연계시켜 주는 것은 물론 진행에 필요한 인력, 편의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비해 학교와 기관 연계 및 프로그램 개발'지원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